◇독서와 일본인/쓰노 가이타로 지음·임경택 옮김/280쪽·1만7500원·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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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어떻게 읽느냐는 늘 고민이다. 단어를 외울 때마다 영어사전을 한 페이지씩 씹어 먹었다는 전설 같은 얘기도 있지만 학창시절에는 정독(精讀)만이 정답인 줄 알았다. 실수로 책을 밟는 것도 ‘신성모독’처럼 여기던 때다. 그러나 기자가 되고 나서는 취재 분야의 정보를 빨리 취합하려고 발췌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책을 정성들여 묵독하던 자세는 점점 잊혀져갔다. 그러면서 독서의 깊은 맛을 잃게 되었다는 반성도 해본다.
일본 출판사 편집자로 30년 넘게 활동한 저자는 이 책에서 9세기 말 헤이안 시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독서 역사를 조망하고 있다. 시대별로 상이한 독서 양태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컨대 군웅할거의 전국시대를 끝낸 에도 막부 시대가 열리자 칼 대신 책을 든 사무라이들은 ‘유교식 독서’에 나선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국가를 다스릴 통치이념으로 주자학을 선택한 데 따른 것. 사무라이들을 위한 교육 입문서 화속동자훈(和俗童子訓)에 따르면 유교식 독서법은 ‘우선 손을 씻고 마음을 삼가며 자세를 바르게 한 후 책상 위에 책을 바르게 놓고 앉아서 읽는 것’이다. 이는 문학작품인 ‘겐지 이야기’나 ‘호색 일대남’을 읽으며 쾌락적 독서를 추구한 헤이안 시대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저자는 “에도시대 독서는 사서오경 등 유교 경전을 축으로 한자로 쓰인 소수의 역사서나 병서를 반복해 읽고 확실히 기억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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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