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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죽여달라” 투병하는 동거인 부탁받고 살해…징역 2년 6개월

입력 | 2021-10-22 21:42:00

ⓒGettyImagesBank


난치성 질병 등으로 고통받던 동거인의 부탁을 받고 살해한 40대 여성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노재호)는 촉탁살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 씨(46)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3월 19일 정오경 광주에 있는 주거지에서 함께 살던 여성 B 씨(40)의 “제발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고 살해하고, 시신을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와 B 씨는 20여 년 전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며 친하게 지냈고, 10년 전부터는 한집에서 함께 살았다.

그러던 중 B 씨는 난치성 질병 진단을 받았고, 몸 상태가 점점 악화하자 A 씨에게 “몸이 아파서 살 수가 없다. 제발 죽여달라”고 부탁했다. B 씨는 유서를 남기기도 했다.

A 씨는 B 씨의 부탁을 받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든 B 씨를 상대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A 씨는 지난 1월 초 B 씨를 2차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범행 직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B 씨 시신을 27일 동안 방에 방치했다.

사건은 A 씨가 지난 4월 15일 경찰에 자수하면서 알려졌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큰 죄를 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직해 B 씨를 병원에 못 데리고 갔다. B 씨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비록 피해자의 부탁을 받고 저지른 것이기는 하나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중대한 범죄”라며 “피고인은 가족은 아니었지만 장기간 같이 산 동거인으로 피해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촉탁살인보다는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병세가 악화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다”며 “사망 후 한 달 가까이 시신을 집에 방치해 존엄함을 유지한 채 장례를 치르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해자의 부탁을 받고 아픔을 줄여주려고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가족과 단절된 채 장기간 피고인에게만 의존하며 생활한 점, 피고인이 혼자 벌어 생계를 유지했는데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고 궁핍하게 지낸 점, 피해자가 유서에서 ‘언니에게 힘든 부탁을 했다’고 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