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탈북자 BBC 인터뷰
BBC 홈페이지 캡처
“북한에서는 도로 하나 만들어도 최고지도자의 재가 없이는 할 수 없다. 하물며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같은 것은 충성심 경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못 된다.”
영국 BBC가 11일 보도한 탈북자 김국성(가명·사진) 씨의 인터뷰는 북한의 간첩 남파와 요인 암살 시도를 비롯한 대남 공작, 마약 재배 등에 관한 증언을 담고 있다. 김 씨는 북한 정찰총국 외에도 노동당 산하 작전부, 35실과 대외연락부 등에서 30년간 일하며 주로 대남업무를 담당했다고 BBC는 소개했다. BBC가 “김 씨 주장을 독자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전했지만 실상에 접근하기 어려운 북한 대남 공작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 김정은, 전사(戰士)로 보이길 원해
BBC 인터뷰에서 김 씨는 북한의 한국 공격이나 주요 인물 테러 시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뒤를 잇는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여러 공격을 통해 “자신이 ‘전사’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역시 “김정은의 특별 지시로 이행된 군사 ‘성과품’”이라고 김 씨는 말했다. 천안함 폭침 사건의 주범으로는 김 씨가 일했다는 정찰총국의 김영철 당시 총국장이 지목된다. 다만 김 씨는 자신이 “천안함이나 연평도 작전에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 씨는 자신이 ‘남조선의 정치예속화’를 목표로 직접 간첩을 만들고 공작을 수행한 것이 여러 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의 공작원이 남한 구석구석의 중요한 기관들은 물론이고 시민사회단체 여러 곳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공작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며, BBC는 김 씨의 주장을 검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마약으로 번 달러 바쳐
김 씨는 1990년대 기근이 극심해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나온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 마약을 제조해 달러를 벌어들인 뒤 김정일의 통치자금으로 바쳤다고 말했다. ‘작전부’에 있던 김 씨가 김정일을 위한 ‘혁명 기금’을 조성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 씨는 “제가 해외에서 외국인 3명을 북한으로 데려와 노동당 715연락소 훈련관에 생산기지를 마련해놓고 마약을 만들었다”며 “‘아이스’(필로폰을 지칭하는 은어)를 달러로 만들어서 바쳤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마약으로 번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하는 물음에 “북한에서는 모든 돈이 김정일 김정은 개인의 것이다. 그 돈으로 별장을 짓고, 자동차를 사고, 사치를 누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 북한은 변화 없어
김 씨는 북한에서 특권층이었지만 김정은의 숙청이 이어지자 위험을 느껴 가족과 함께 탈북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2013년 12월 북한 실세 장성택의 처형 발표를 해외에서 접하고 “놀랐다는 표현을 떠나, 너무나 경악했다”면서 “‘내가 더 이상 북한에서 존재할 수 없는 사람이로구나’ 하고 신변의 위험을 확 느꼈다”고 말했다.
2014년 탈북한 김 씨가 뒤늦게 인터뷰에 나선 배경을 BBC가 묻자 김 씨는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의무”라며 “북방 동포들을 독재의 손아귀에서 해방시킬 수 있도록 앞으로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만 답했다.
김 씨는 북한이 최근 도발과 함께 대화 용의를 시사하는 것과 관련해 “(북한의) 전략에 따라 흐름세가 가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은 지금까지 0.01%도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