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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中무역합의 위반’ 경고장 예고… 美中 무역전쟁 재발 조짐

입력 | 2021-10-04 03:00:00

오늘 美무역정책 발표서 거론할 듯… 中, 작년 트럼프 정부와 1단계 합의
2년간 수입 2000억 달러 확대 약속, 8월까지 목표 수입량 62%만 채워
CNBC “추가 관세 부과도 검토 중”




미국의 무역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사진)가 중국의 무역관행을 겨냥해 공격의 포문을 연다. 연설을 통해 중국이 미국과 맺은 기존 무역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미국의 대응 카드로 추가 관세 부과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미중 간 무역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인권과 인도태평양, 대만, 홍콩 등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집요할 정도로 중국을 비판하고 견제해왔으나 무역 분야에서는 대중국 공세를 가급적 자제해왔다.

2일 CNBC방송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타이 대표는 4일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을 통해 미국의 향후 무역정책에 대해 발표한다. 최근까지 중국의 무역관행을 검토해온 타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중국이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맺었던 1단계 무역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CNBC는 “이번 발표는 중국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강력한 반발을 드러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로이터통신은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무역과 보조금 관행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공개한 바가 거의 없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무역정책이 베일을 벗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중국이 2020∼2021년(2년간) 미국 제품 수입을 2000억 달러 늘리고 미국은 추가 고율 관세를 자제한다는 내용의 1단계 무역합의를 지난해 1월 중국과 체결했다. 그러나 최근 바이든 행정부 안팎에선 이런 합의 내용을 중국이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채드 바운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중국은 기존에 약속한 대미(對美) 수입량의 62%만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목표치의 58%에 그쳤다.

1단계 무역합의 종료까지는 석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합의가 유효한 것인지, 또 양측 간 추가 협상 가능성이 있는지 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달 28일 “중국 항공사들이 수백억 달러어치의 미국 항공기 구매를 원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며 이는 무역합의 위반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CNBC방송은 “USTR가 중국에 대항한 가능한 수단들을 살펴보고 있으며 이 중에는 추가 관세도 포함돼 있다”고 2일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유일한 경쟁자’ ‘심각한 전략적 경쟁자’ 등으로 규정하면서도 무역정책만큼은 1단계 무역합의를 포함해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유산을 물려받는 자세를 취해왔다. 지금까지 타이 대표도 중국을 겨냥한 직접적인 언급은 가급적 자제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은 중국의 무역관행이 강압적이라고 지적하면서 동맹들을 규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미국은 유럽연합(EU)과 함께 무역기술위원회(TTC)를 출범하고 사실상 중국을 지목해 ‘비(非)시장경제’에 대한 도전에 맞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