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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계대출 증가액 52%가 ‘전세대출’

입력 | 2021-09-06 03:00:00

올 전셋값 12% 올라 수요 느는데
당국 대출규제에 은행 문턱 높아져
대출금리 더 높게 올려 부담 가중




지난달 서울 용산구에서 전셋집을 구한 직장인 곽모 씨(29)는 전세자금대출을 받기 위해 주거래 은행을 찾았다가 거절당했다. 일주일 넘게 다른 은행을 돌아다닌 끝에 한 곳이 대출 신청을 받아줬다. 곽 씨는 “계약금도 다 냈는데 전세대출이 안 된다는 말에 눈앞이 깜깜했다. 집값 잡겠다고 대출을 무조건 틀어막으니 실수요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올 들어 5대 시중은행에서 늘어난 가계대출의 절반을 웃도는 15조 원가량이 실수요 성격이 강한 전세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는 집값과 전셋값 여파로 대출 수요가 계속되는데도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어 실수요자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698조8149억 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4.28%(28조6610억 원) 늘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인 연 5∼6% 증가율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19조6299억 원 늘어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의 68.5%를 차지했다. 특히 실수요 성격이 강한 전세대출이 14조7543억 원(14.02%) 급증해 전체 증가액의 절반(51.5%)을 넘어섰다.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7, 8월 두 달 연속 4조 원 가까이 급증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 상승률은 16일 현재 각각 16.23%, 11.62%다. 은행들은 “집값, 전셋값 상승에 따라 주택담보 및 전세대출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가계대출 증가율을 5∼6%에 맞추라고 하니 대출을 중단하거나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은 시장금리 상승세보다 더 높게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며 대출을 억제하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3일 현재 연 2.80∼4.30%로 5월 말(2.35∼3.88%)보다 0.4%포인트 이상 뛰었다.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같은 기간 0.13%포인트 오른 걸 감안하면 가산금리 확대, 우대금리 축소를 통해 금리를 더 많이 올린 것이다. 전세대출과 관련해서도 신한은행은 6일부터 가산금리를 0.2%포인트 인상했고 국민은행은 우대금리를 0.15%포인트 낮췄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장 이번 가을에 이사를 계획한 실수요자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며 “집값 상승 원인인 공급 부족 등을 해결하지 않고 실수요자 대출에 강력한 규제를 가하는 건 주객이 전도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