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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文정권의 전쟁선포…총파업으로 되갚아주겠다”

입력 | 2021-09-03 03:00:00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 영장 발부 20일만에 구속
“10월 총파업으로 되갚아주겠다”… 대선 앞두고 고강도 투쟁 시사
향후 노정관계 극심한 갈등 예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조합원들이 2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양경수 위원장의 구속영장 집행에 항의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앞서 경찰은 이날 새벽 민노총 사무실에서 양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경찰은 지난달 18일 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민노총의 반발로 실패했고, 이날 두 번째 집행에 나섰다. 뉴시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이 2일 구속됐다. 지난달 13일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지 20일 만이다. 민노총은 양 위원장 구속을 비판하며 “10월 총파업으로 되갚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노총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파업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총파업까지 벌어질 경우 산업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

경찰은 2일 오전 5시경 병력 3000여 명을 투입해 민노총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 일대를 포위하는 기습 ‘구속 작전’을 진행했다. 경찰은 민노총 조합원들의 저항을 예상해 최루액까지 챙겨 출동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40여 분 만에 민노총 사무실에서 양 위원장을 발견하고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양 위원장은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고 단식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민노총이 7월 3일 도심에서 8000여 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강행하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양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영장 발부 후 한 차례 집행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등 20일 동안 양 위원장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양 위원장 구속은) 문재인 정권의 전쟁 선포”라며 “7·3 노동자대회는 평화적으로 진행됐고 단 한 명의 코로나19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10월 20일 총파업을 더 치밀하고 위력 있게 성사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3일부터 민노총은 총파업의 ‘전초전’ 성격을 띠는 확대간부 파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양 위원장 등 현 민노총 집행부는 지난해 12월 당선 직후부터 “202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판을 흔들 수 있는 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민노총 “10월 지금까지 본적없는 총파업”… 대선앞 정부 압박

2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에서 경찰이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가운데)을 연행하고 있다. 올해 5∼7월 서울 도심에서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달 13일 법원이 양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지 20일 만이다. 뉴스1

2일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노정(勞政) 관계 경색이 불가피해졌다. 민노총은 당장 10월 총파업의 ‘전초전’에 해당되는 확대간부 파업을 3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현대제철, 서울교통공사 등 민노총 소속 개별 사업장에선 이미 파업이 진행 중이거나 강경 투쟁이 예고된 상태다. 출범 직후부터 ‘노동 존중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4년 동안 ‘친(親)노동’ 중심의 정책에 치우치면서 노정관계의 주도권을 민노총 측에 넘겨줬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 ‘본 적 없는 총파업’ 경고한 민노총


민노총은 이날 양 위원장 구속 이후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16개 가맹조직과 16개 지역본부의 간부 파업을 3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대부분 노조 전임자인 간부들이 나서 총파업 분위기를 먼저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노총은 “10월 20일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민노총 총파업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정부에 경고하고 나섰다.

개별 사업장도 줄줄이 강경 투쟁에 나서며 ‘추투(秋鬪·가을 파업)’도 가시화됐다. 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는 구조조정 철회 등을 주장하며 14일부터 서울 지하철 전면 파업을 예고했다.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역시 지난달 23일 이후 충남 당진제철소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임단협을 앞둔 현대중공업과 파업이 잦은 택배업계 역시 노사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 대응은 마땅치 않다. 경찰은 “민노총 눈치를 본다”는 비판에 결국 법원 영장 발부 20일 만에 양 위원장을 구속했지만, 정부 차원에서 예고된 파업을 막을 ‘카드’는 없다. 2017년 출범 이후 정부는 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불참하거나 노사정 대타협에 불참해도 대화를 통한 교섭만 시도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교섭력 자체가 이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 노동계 안팎의 평가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정부가 친노동 기조 아래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해고자와 실직자 노조 가입 허용 등도 결과적으로는 특히 민노총에 이익이 되는 정책이 됐다”고 설명했다.

경영계 역시 민노총이 ‘코로나19로 증폭된 양극화 문제’를 명분으로 총파업을 벌이겠다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산업현장에 미친 부정적 영향, 양극화 문제는 노사 양보와 협력을 통해 해결할 문제지 총파업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총파업 강행은 결국 위력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겠다는 구태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총파업 명분 없다” 내부 균열도 감지

민노총이 양 위원장 구속을 계기로 총파업 분위기를 띄우고 있지만 실제 10월 20일 총파업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민노총 내부에서는 집행부가 추진하는 총파업이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선 일부 산별노조의 참여 여부도 불투명하다. 민노총의 핵심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총파업 동원력이 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속노조 산하인 기아와 한국GM 노조 등이 최근 임단협을 무분규로 마무리한 데다, 10월부터는 연말에 있을 새 집행부 선거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임단협을 무분규로 타결한 상황에서 총파업에 참여하겠다고 공장을 멈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최근 민노총의 총파업 자체가 동력이 강하지 않았다는 ‘선례’도 있다. 민노총이 마지막으로 조직한 총파업인 2020년 11월 총파업에는 약 3만4000명 참여에 그쳤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10월 상황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