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그린스마트학교로 개축공사땐 전학”… 학부모 “일방 통보” 반발

입력 | 2021-08-30 03:00:00

서울 그린스마트미래학교 강행 논란



29일 서울 영등포구 대방초등학교 후문에서 학부모들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선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대상 학교 선정 과정에서 의견 수렴이 전혀 없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항의의 뜻으로 학교 주변에 근조화환을 놓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에 학부모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지은 지 40년 이상 지난 학교 건물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정부의 ‘한국형 뉴딜’ 과제 중 하나로, 2025년까지 전국 약 1400개 학교에 예산 18조5000억 원이 투입된다. 그러나 서울 지역에서 대상 학교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사가 시작되면 수업에 지장을 줄 수 있고 안전사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학교에 따라 모든 학생이 전학을 가야 하는 곳도 있다.

○ “사전 논의 없이 일방통행식 추진”
서울 서대문구 연희초교 학부모들은 2학기 개학 전날인 24일 학교로부터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대상에 선정됐다’는 안내를 받았다. 안내문에는 연희초가 개축학교로 선정이 됐으며 공사가 시작되면 재학생은 전원 인근 학교로 전출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2023학년도까지만 학사 과정을 운영하고 휴교한 뒤 새 건물이 지어진 2026학년도에 다시 문을 여는 것이다. 그사이에 학생들은 인근 학교로 옮겨서 수업을 받는다.

갑작스러운 ‘전학 예정’ 소식에 학부모들은 “2년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못 한 아이들에게 사전 논의 없이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2년 뒤 전학 가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5년간 사업 대상이 약 210곳이다. 이 중 올해 57개교가 선정됐는데, 사업 규모(106개동, 약 41만 m²)가 전국에서 가장 크다. 다른 학교 중에도 반발하는 곳이 여럿 있다. 26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참석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서울시교육청의 정책토론회는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고 급기야 댓글창이 차단됐다. 서울시교육청 정문, 영등포구 대방초, 양천구 목동초 등에는 학부모들이 항의 표시로 보낸 근조화환이 늘어섰다.

○ “시설 개선 중요하나 ‘수업권 보장’ 우선”
학부모들은 학교 건물 전체를 부수고 새로 짓는 대공사를 시작하면서 학생 및 학부모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같은 취지로 진행되던 노후 교사 개축 사업은 학부모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노후 건물을 보수하더라도 공사 기간 아이들의 수업권 보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희초의 경우 전학 가능한 가장 가까운 학교는 2km 떨어져 있다. 대방초와 목동초 등은 공사 기간 중 모듈러 교실을 활용할 예정이다. 모듈러 교실은 공장에서 생산한 건물을 학교 부지로 옮겨와 조립해 설치하는 가건물 형태의 공간이다. 한 학부모는 “모듈러 교실은 초등 1, 2학년 아이들이 쓰기에도 크기가 작고 환기도 잘되지 않는다”며 우려했다. 또 다른 사업 목표인 ‘스마트 교실’ ‘공간혁신’ 등에 대해서도 “교사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냐”면서 ‘제2의 혁신학교’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학부모 반발은 고교학점제 도입,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 교육당국의 일방통행식 정책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강남구의 한 학부모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도 결국 고교학점제에 맞는 교실을 만들려 하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서울시교육청은 대상 학교 선정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추진 과정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지은 지 40년 넘은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사업. 정부의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 중 하나로, 2025년까지 예산 18조5000억 원이 투입된다. 대상 학교는 전국적으로 올해 484곳을 비롯해 5년간 약 1400곳이다. △저탄소 에너지 자급을 지향하는 그린학교 △첨단 정보통신기술 기반 스마트 교실 △학생 중심 사용자 참여 설계를 통한 공간혁신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학교시설 복합화가 주요 목표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