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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대통령은 해외도피… 그 동생은 탈레반에 “충성 맹세”

입력 | 2021-08-23 03:00:00

기업가 동생 “새로운 질서 인정해야”
탈레반 지도부와 악수 영상 공개
국민들 “가니 집안에 저주를” 분노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동생 하슈마트(왼쪽에서 세 번째)가 탈레반 군 지휘관 칼릴 알라흐만 하카니와 악수하는 영상이 21일 공개됐다. 트위터 캡쳐


수도 카불이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손에 떨어진 당일인 15일 거액의 현금을 챙겨 외국으로 달아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72)의 동생 하슈마트(61)가 탈레반 지도부와 웃으며 악수하는 영상이 21일 공개됐다. 이를 두고 언론은 당혹스러운 광경이라고 비판했고 트위터에서는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21일 탈레반은 하슈마트가 탈레반 군사조직 수장인 칼릴 알라흐만 하카니를 비롯한 탈레반 간부들과 함께 있는 영상을 공개했다. 하슈마트는 하카니 등과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했다. 탈레반의 한 간부는 하슈마트의 이마에 입을 맞췄고 총을 든 또 다른 간부는 격려를 하듯 하슈마트의 어깨를 툭툭 쳤다. 탈레반 측은 “하슈마트가 하카니 앞에서 충성을 맹세했다”고 밝혔다.

하슈마트는 21일 트위터에서 “탈레반은 치안을 책임질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는 “카불의 새 질서를 인정해야 한다. 형이 도망치지 않았다면 상황은 더 나빴을 것”이라며 가니 대통령의 도피를 두둔했다. 22일에도 그는 “탈레반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트윗을 올렸다.

아프간 국민들은 “가니 집안에 저주를” “탈레반은 이들부터 처단해야 한다” 등의 비난 댓글을 달며 분노를 표했다. 인도 매체 인디아닷컴은 “형은 국가와 국민을 버리고 도망쳤고 동생도 탈레반에 충성을 맹세했다”고 전했다. 많은 유산을 물려받은 하슈마트는 부동산, 건설, 운송 등 사업을 하는 민간 기업 가니그룹의 회장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도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