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금지곡 지정의 계기는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에서 발생한 접대 술자리 성추행 사건이다. 회식 문화를 바꾼다며 중국 정부는 ‘음주를 동반한 회식’을 금지하는 한편 중국의 통일과 주권, 영토 보전, 민족 단결을 해치는 노래, 미신을 퍼뜨리는 노래, 음란 도박 폭력 마약과 관련된 노래를 퇴출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청소년의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던 ‘아이돌 숭배 문화’도 당국의 표적이 돼 팬클럽 계정 4000여 개가 폐쇄됐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은 7월 1일 이후 중국에선 ‘홍색규제’ 도입이 일상이 됐다. 기념일 전날 중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는 미국의 뉴욕증시에 상장해 ‘괘씸죄’에 걸린 디디추싱이 신호탄이었다. 점유율 80%로 ‘중국의 우버’로 불리던 디디추싱의 앱은 당국의 지시로 중국 내 모든 앱 장터에서 삭제됐고 주가는 폭락했다. 중국판 ‘배달의 민족’ 메이퇀뎬핑은 모든 배달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지시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됐다. ‘게임은 정신적 아편’이란 당국의 비판에 1위 게임업체 텐센트는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축소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력 연장 여부가 결정될 내년 10월 20차 당 대회까지 공산당에 위협이 될 만한 것들은 모두 규제와 통제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방위 규제로 중국 기업들의 가치는 1조 달러(약 1180조 원) 이상 증발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중국 당국의 규제 리스크가 명확해질 때까지 중국에 대한 투자를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빽빽이 쌓인 나무 블록을 허물지 않고 하나씩 제거하는 ‘젠가 게임’처럼 서서히, 요령껏 위험을 줄이며 중국에서 발을 빼는 방법을 우리도 고민해야 할 때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