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원희룡 “이준석 ‘尹 금방 정리된다’ 말해”… 李 “갈등 정리된다는 것”

입력 | 2021-08-18 03:00:00

국민의힘 ‘이준석 리스크’ 논란 확산



대선 주자 토론회 개최 등을 놓고 당내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당 지도부가 회의 시작에 앞서 발언 내용 등을 메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현진 최고위원, 김기현 원내대표, 이 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안팎에서 ‘이준석 리더십’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준석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강하게 충돌했다. 당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의 대선 후보 토론회와 이 대표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통화 녹취록 유출 의혹 등으로 불거진 당내 갈등이 더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특히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이날 “이준석 당 대표가 내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고 말했다”고 주장하자 이 대표가 “그런 취지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날 지도부는 논란이 됐던 대선후보 토론회를 취소하고 정견 발표회로 대체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윤 전 총장이 정견 발표회 참석에도 부정적인 데다 당 선거관리위원장 임명을 둘러싼 이견도 여전해 내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고성 오간 ‘아사리판’ 국민의힘 최고위
이날 언론에 공개된 최고위에서 이 대표가 최근 당내 갈등을 의식한 듯 발언을 하지 않자, 배현진 최고위원은 “모든 일엔 당헌당규상의 절차적 민주성의 확보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분위기는 더 험악해졌다. 이 대표는 “정신 차려야 한다. 경고한다. 당직자를 포함해서 (당내 갈등을 유발하는) 문제 있는 발언은 삼가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배 최고위원은 언성을 높이며 “나도 최고위원으로서 똑같이 잘하라고 경고하겠다”고 맞섰다.

그러자 김도읍 정책위의장이 나서 “최고위원들이 캠프 대변인인가? 최고위에서 경준위를 결정해놓고 시비를 거는 건 누워서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다”라고 비판했다. 결국 김기현 원내대표가 중재에 나선 뒤에야 지도부 간 고성이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선 “이 대표가 언론 인터뷰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을 너무 많이 해서 당내 분란을 키웠다”는 성토도 나왔다고 한다. 특히 회의장을 먼저 나온 서병수 경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원 전 지사와 조수진 최고위원을 향해 “경준위가 공정하지 않다고 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침묵을 지키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 “윤 전 총장 정리” 논란에 李 “그런 취지 아냐”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윤 전 총장 정리’ 발언에 대해 “(이 대표와 통화한) 원 전 지사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확인해줬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방송에 출연해 “(최근) 갈등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 중 ‘곧 그런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고 한 것이고, 후보로서 정리된다는 표현을 했을 리 없다”며 “원 전 지사께서 만약에 자신 있으시면 주어를 확실하게 답해 달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윤석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통화에서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가 더 커지는 것 같아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윤석열 캠프 내부에선 “이 대표가 선을 넘고 있다”며 들끓었다. 캠프 관계자는 “이 대표가 우발적으로 한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에서 18일과 25일 2차례로 계획했던 경선 후보 토론회를 취소하고 25일 정견 발표회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측은 “선관위가 구성돼야 토론회 등에 참석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정견 발표회 역시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은 이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을 함께했다. 윤 전 총장은 오찬 직전 김 전 위원장의 사무실을 직접 찾아 1시간 정도 독대하며 당내 갈등과 향후 전략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이) 너무 시끄러우니까 (윤 전 총장에게) 대응하지 말고 참고 지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