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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하고 있는 HMM(옛 현대상선)이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 측은 “10년 넘게 임금 동결 등을 받아들이며 희생한 만큼 이번엔 대우를 해줘야 한다”며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생각이다. HMM 노조 파업이 가시화되면 수출 물류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산업계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 육·해상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25% 인상과 성과금 1200%를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임금 5.5% 인상에 격려금으로 월 급여의 100%를 제시했다.
노사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HMM 육상 노조는 지난달 3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했다. 중노위 조정에 실패하면 노조 찬반 투표를 열어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 해상 선원 등으로 구정된 HMM 해상 노조는 3일 사측과 교섭을 한 번 더 해본 뒤 만족할 만한 성과가 없으면 중노위 조정 신청을 할 계획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금 등을 모두 지급하면 회사는 약 1200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올해 HMM 영업이익(약 5조 원)의 2%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HMM의 한 직원은 “지난 10년간 임금이 물가 인상률보다도 낮게 올랐다. 회사 사정이 좋아져서 임금을 조금 더 올려달라는 게 무리한 요구라고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HMM은 대형 컨테이너선 확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해운 운임 상승 등의 효과로 지난해 1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해 1분기(1~3월)에는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겼고 2분기(4~6월)에도 1조 4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HMM은 큰 폭의 임금 인상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회사가 아직 채권단 관리 체제에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어려웠을 때 3조 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아직 제대로 회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HMM 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2015년에 채권단으로 관리하던 대우조선해양에 성과급을 지급했다가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이후 채권단으로 관리하는 기업에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걸 내부 원칙으로 삼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HMM 노사 갈등이 자칫 대규모 파업으로 이어질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해상 운임이 오르고 수출할 물건을 나를 배가 부족해 수출 대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대형 해운사인 HMM이 파업을 하면 물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HMM 육상 직원들이 1000명 정도가 되는데 이들이 몇 시간만 일을 안 해도 수출 관련 업무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하루 빨리 임단협을 타결해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