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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연구원, 北인권백서 공개…“탈북 처벌 강화”

입력 | 2021-07-23 15:38:00

통일연구원 발간 '2021 북한인권백서'
불법 가택수사 등…항의, 불신 사례도
종교·미신, 韓문화 접촉 등 강력 처벌
"송환 뇌물 늘고 재탈북 성공도 감소"
여성 발언, 성평등 인식 확대 증언도




감시, 도청, 가택수사 등 북한 당국의 주민 사생활 통제가 더 강화되고, 탈북을 시도하거나 남한의 문화와 접촉하는 주민 처벌 수위도 높아졌다는 내용의 북한인권백서가 나왔다.

23일 통일연구원이 공개한 ‘2021 북한인권백서’에는 북한 내 기본권 실태를 가늠할 수 있는 분석들이 담겼다. 이번 백서는 495페이지 분량으로 비교적 최근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중 선정된 50명에 대한 심층면접 결과가 반영됐다.

먼저 연구원은 북한 당국의 주민에 대한 기본권 통제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봤다. 특히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배척 등과 관련해 남한 문화 접촉 또는 탈북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는 해석 등이 있었다.

연구원은 북한 내 감시, 도청, 불법 가택수사 및 통신 간섭 등 사생활 침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또 “사회적 준법 기풍과 사회주의 생활양식 확립 명분하에 침해 현상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영장 없이 이뤄지는 불법 가택수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항의하는 사례가 종종 보고되는데, 이는 제한적이지만 북한 주민의 권리 의식 신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수 증언자들은 김정은 정권에서 불법적 가택수색이 공안기관 종사자들의 금품 편취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인식하는 등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종교, 미신, 한국 문화 접촉에 대한 처벌은 엄하게 취해지는 것으로 관측됐다. 연구원은 “최근 몇 년 마약 거래 행위와 한국 녹화물 시청·유포 행위에 대한 사형 사례가 증가했다”고 봤다.

또 “성경 소지만으로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지거나 처형을 당하며, 점쟁이나 무당 등에 무거운 형벌이 내려졌다는 증언이 다수 수집됐다”고 했다.

아울러 “과거에 비해 공개처형이 줄고 있지만 정치사상적 죄목이나 미신에 대한 공개처형은 여전하다”며 “사형 대상 범죄의 폭 넓은 규정과 빈번한 집행은 자유권 규약에 명시된 당사국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출판물 검열은 물론 전자기기 단속 수위도 높아진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비사회주의 퇴폐 문화로 규정되는 콘텐츠 중 한국 방송·녹화물 시청,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더 강화됐다”고 언급됐다.

이어 배경에 대해 “외부문화 유입으로 인해 발생할 체제 이완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당국의 강력한 통제, 검열 및 단속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정보 접근 욕구와 수요가 감소하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탈북 애로도 커진 것으로 평가됐다. 연구원은 “강제 송환된 탈북자 처벌이 전반적으로 강화되고 있고 국경 통제 및 탈북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강제 송환될 경우 처벌을 피하기 위한 뇌물 액수가 치솟고 있으며, 재탈북에 성공하는 경우도 현저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탈북자 가족에 대한 감시 및 단속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구류시설 내 구타, 가혹 행위는 여전한 것으로 분석 됐다. 그러면서도 “북한 당국이 구류시설 내 구타를 근절하고 있으며, 인권유린 상황을 감시한다는 증언이 수집되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북한 내 불평등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평양과 지방 간 격차는 물론 경제적 요소에 의한 새로운 차별과 불평등이 중첩돼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연구원 측 분석이다.

연구원은 북한 내 식량·의료·교육 등 기본권 환경도 열악한 것으로 판단했다. 식량 상황에 대해서는 “최근 김정은 정권의 산림복구 사업이 추진되면서 산을 개간해 농사짓는 주민들의 식량 확보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또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국경 봉쇄 장기화, 향후 5년 국가운영 기본 노선으로 자력갱생이 채택된 점을 고려했을 때 북한 주민들의 식량 안보는 더 불안해 질 전망”이라며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료에 관해서는 “무상치료제를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환자가 대부분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주민들은 의료기관을 신뢰하고 있지 않고 개인 의사를 찾아가거나 직접 약을 사 복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려했다.

나아가 노동권도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봤으며, 교육권에 대해서는 “학생 교육이 농업, 건설, 정치행사 등 다양한 차원의 노동력 동원으로 인해 심각한 저해를 받고 있는 현실도 지속 중”이라는 등으로 지적했다.

연구원은 북한 내 여성들이 직·간접적 차별을 겪는 것으로 보면서도 “최근 조사에서는 여성의 경제력 향상으로 가정 내 발언권이 높아졌다는 증언과 젊은 세대 중심으로 성평등적 가치관이 조금씩 확산된다는 증언이 수집된다”고 했다.

이어 “남성이 여성 경제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가정폭력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는 증언도 있다”면서 “이는 당국 조치에 의한 구조적 개선이 아닌 배급제 붕괴와 장마당 출현이라는 현상이 빚어낸 의도치 않은 결과”라고 평했다.

아동 환경에 대해서는 “과도한 정치사상 교육을 받고 정치 행사, 체제 선전에 동원되고 있어 권리가 침해된다”, “아동 노동을 법적으로 금지한다는 북한 보고에도 불구하고 소학교 학생들도 노동에 동원된다”고 지적했다.

통일연구원은 1996년부터 매년 국문, 영문으로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하고 있다. 백서는 탈북민 면접조사, 일부 입수한 북한 공식문건, 북한 당국의 유엔 제출보고서, 북한 주요 매체 등을 토대로 정리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