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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앞에서 메달” 센 엄마들이 달려온다

입력 | 2021-07-02 03:00:00

[도쿄올림픽]
육아 병행하는 올림픽 선수들




“널 위해 달릴게, 내 딸 캠린!”

미국 여자 스프린터 앨리슨 필릭스가 지난달 21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미국 육상대표 선발전 여자 400m 결선에서 2위로 들어오며 도쿄행을 확정 짓고 있다(오른쪽 사진). 필릭스는 이날 두 살배기 딸 캠린(위 사진 왼쪽)과 함께 올림픽 출전권 획득의 기쁨을 나눴다. 유진=AP 뉴시스·앨리슨 필릭스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의 세계적인 여자 스프린터 앨리슨 필릭스(36)는 지난달 21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미국 육상 대표 선발전 트랙에 오르기 직전 자신의 딸을 언급했다. 필릭스는 두 살 딸을 둔 ‘엄마 선수’다. 여자 육상 선수 중 유일하게 올림픽 금메달 6개를 수집한 필릭스는 이날 여자 결선 400m에서 50초02로 2위를 차지하며 개인 통산 5번째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엄마의 힘’이 그를 다시 한번 올림픽으로 이끌었다.

엄마 선수들의 존재는 올림픽이면 주목받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더욱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예전과 달리 운동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엄격한 방역조치와 외국인 관중 입국 금지 등으로 자녀와 도쿄에 동행하기도 어려워졌다.

자신의 아이와 웃고 있는 자메이카 육상 올림픽 대표 셸리앤 프레이저프라이스.

미국 육상 대표의 또 다른 엄마 선수 쿼네라 헤이스(29)는 이번 선발전에서 필릭스보다 빠른 49초78을 기록하며 1위로 도쿄행 티켓을 따냈다. 헤이스는 두 돌 된 아들을 뒀다. 미국육상연맹은 “두 어머니가 해냈다”며 대표 선발을 축하했다. 사상 첫 올림픽 육상 여자 100m 3회 우승에 도전하는 셸리앤 프레이저프라이스(35·자메이카)도 2017년 아들을 출산한 엄마로 자신을 ‘마미 로켓(Mommy rocket·엄마 로켓)’이라 부른다.

올림픽과 육아의 갈림길에서 ‘선수’가 아닌 ‘엄마’를 택하는 경우도 있다. 세 살 딸이 있는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40·미국)는 지난달 28일 올림픽 불참 의사를 밝혔다.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5월 그는 “딸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면 올림픽에 나갈 생각이 없다”고 언급했다.

미국 여자 축구 스타 앨릭스 모건.

자녀와 올림픽에 같이 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도 늘고 있다. 두 살 딸을 둔 미국 여자 축구 스타 앨릭스 모건(32)은 “도쿄 올림픽 경기를 할 때 엄마 선수들이 그들의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여자 농구 대표팀의 킴 고셰.

젖먹이 아이를 둔 엄마들의 우려가 가장 컸다. 미국 여자 마라톤 대표인 알리핀 툴리아무크는 5개월 된 딸을 도쿄 올림픽에 동행하게 해달라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3월 출산한 캐나다 여자 농구의 킴 고셰는 “내가 농구 인생에서 원했던 건 올림픽에 나가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가 돼야 할지, 올림픽 선수가 돼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며 “둘 다 가질 수는 없는 처지”라며 답답해했다.

1일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선수 중 젖먹이 자녀를 둔 엄마 선수들은 자녀와 동반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방역지침에 따라 해외 선수는 가족이나 친구와 올림픽에 동행할 수 없다. 하지만 조직위는 수유 중인 자녀를 둔 선수가 직면한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자녀와 자녀를 돌보는 사람의 동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