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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붕괴’ 재하청업체 “하청사가 ‘오늘 철거 마무리하자’ 독촉”

입력 | 2021-06-14 03:00:00

경찰, ‘다원이 철거주도’ 진술확보




광주 동구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하청사인 다원그룹이 철거를 빨리 끝내라고 독촉하며 사실상 철거 작업을 주도했다”는 재하도급 업체 측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다원그룹은 과거 ‘철거왕’으로 불렸던 이모 회장이 운영하는 업체다. 경찰은 고질적인 하청-재하청의 다단계 하도급이 부실공사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관련 업체 10여 곳을 대상으로 위법 행위를 수사하고 있다.

○ “공사 주도한 다원이 ‘오늘 마무리하라’ 지시
1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 당시 철거 작업을 했던 굴착기 기사 A 씨는 “(다원그룹 계열사인) 다원이앤씨로부터 수시로 공사 관련 지시를 받았다”며 “다원 관계자가 ‘오늘(사건 당일인 9일) 철거를 마무리하자’고 전화를 해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 씨는 재하청 업체인 백솔건설의 대표이기도 하다.

경찰은 백솔건설 등 재하청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지시받은 철거공법대로 작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하도급 과정에서 안전수칙에 위반되는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학동 4구역 주택개발정비사업조합은 2018년 2월 현대산업개발과 철거 및 시공 도급계약을 맺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후 한솔기업에 철거 공사를 맡겼다. 한솔기업은 지난해 2월경 다시 백솔건설에 재하청을 줬다. 해당 재개발구역에선 백솔건설 외에 10개 이상 소규모 재하청 업체들이 참여하는 다단계 하청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솔기업은 과거 ‘철거왕’ 업체로 유명했던 다원그룹의 계열사인 다원이앤씨와 공사를 함께 맡았으며, 지분도 7 대 3으로 나누기로 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철거업계 관계자는 “한솔이 철거공사를 수주하면 다원이 참여하고, 다원이 수주하면 한솔이 참여하는 식”이라며 “사실상 ‘원팀’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솔기업과 다원그룹은 전국의 철거 공사 부문에서 수주 1, 2위를 다투는 업체로 한솔은 철거 공사 관련 행정절차 진행에, 다원은 공사 진행과 민원 해결에 특화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산업개발은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한솔기업과의 계약 이외에는 재하청을 준 적이 없다”며 재하청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다원이앤씨 측이 현대산업개발의 지시를 받아 철거 공사를 관리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다원그룹 이 회장이 건물 붕괴 및 불법 재하청 등에 연루돼 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해당 구역 재개발조합은 다원이앤씨와 석면 철거 공사 계약을 따로 맺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석면 철거 공사비가 과다하게 책정되는 등 하도급 계약 전반에서 공사비가 과다 책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이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다.

○ “굴착기 미끄러지며 건물 때렸을 가능성”
경찰은 철거 과정에서 건물이 갑자기 붕괴한 원인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전문가 분석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부실이 누적된 상태에서 철거 작업을 하던 굴착기가 건물에 충격을 가하면서 붕괴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먼지를 줄이려 살수 펌프를 평소의 2배나 동원해 급하게 물을 뿌리면서 거대한 흙더미인 성토체가 아래쪽으로 흘러내렸고, 그로 인해 건물에 가해지는 하중이 커졌는데 이런 상태에서 굴착기로 인한 충격이 가해진 게 결정적이었다는 얘기다.

현장 감식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흙이 점점 주저앉으면서 지반이 함몰돼 굴착기가 미끄러지고, 굴착기 기사가 급하게 어딘가를, 예를 들면 건물 내 기둥을 잘못 쳐서 붕괴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이윤태·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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