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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딸 살해 혐의 벗은 아빠…징역 22년→무죄 확정, 왜?

입력 | 2021-06-08 13:41:00

法 “동기 없고 사고사 배제 못해”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친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인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A 씨는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은 A 씨에게 딸을 살해할만한 뚜렷한 동기를 찾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A 씨는 2019년 8월 서울의 한 호텔 욕실에서 친딸 B 양(당시 7세)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A 씨는 지난 2017년 5월 이혼한 뒤 여자친구 C 씨와 중국에서 함께 살았다. C 씨는 A 씨가 이혼 후에도 전처와 사는 B 양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단둘이 외국 여행을 다니는 등 좋은 관계를 이어가자 이를 원망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B 양을 ‘마귀’라고 부르고 극도로 증오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같은 정황을 미뤄봤을 때 A 씨가 C 씨를 위해 딸 B 양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한국에 들어와 호텔에서 범행한 것으로 보고 A 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 씨와 C 씨는 범행을 공모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사건 당일 A 씨는 객실에서 나와 담배를 피우고 로비에서 술을 마신 뒤 객실로 돌아가 호텔 안내데스크로 전화를 걸어 “딸이 욕실에 쓰러져 있다”고 했다.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결과, A 씨 외에 해당 객실에 출입한 사람은 없었다.

B 양은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사체경직과 시반이 형성된 상태였다. 의사가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했지만 B 양은 결국 같은 날 새벽 3시 9분경 숨을 거뒀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친딸인 B 양을 살해할 동기가 전혀 없고 정신질환을 앓는 여자친구 C 씨를 진정시키기 위해 살해 계획에 호응하는 척만 했을 뿐”이라며 “실제 살해하기로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C 씨와 주고받은 메시지와 법의학자들의 의견 등을 토대로 살인 혐의를 인정하고 A 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은 “A 씨가 딸을 살해할만한 뚜렷한 동기를 찾을 수 없고, 딸의 사망 원인이 A 씨에 의한 질식사로 보기도 어렵다. 피해자가 욕조 안에서 미끄러져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B 양의 친모이자 A 씨의 전처가 ‘A 씨는 딸을 사랑해서 절대로 죽였을 리 없다’는 진술을 일관되게 해왔고, 평소 A 씨와 딸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A 씨가 범행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 씨가 C 씨와 범행을 공모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의심은 든다”면서도 인정하지는 않았다.

사건 후 현장에서 A 씨 행동은 사고로 딸을 잃은 아버지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보인다고 봤다. A 씨는 친모의 반대에도 부검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