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지난해는 긴 장마와 잦은 태풍, 냉해 등 극심했던 자연재해로 인해 많은 농가가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손을 구하기가 어려워 발을 동동 구른 농가도 많았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농업소득이 15.2%나 늘었다. 농업소득에는 농산물 판매로 얻은 소득과 농업보조금이 포함돼 있는데 두 소득원 모두 증가한 것이 농업소득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생산을 이어가려는 농가의 노력에 정부의 경영안정 정책이 더해진 결과이다.
농가소득 상승은 전 농가에 걸쳐 골고루 이뤄졌지만 그중 전업농가 소득이 전년 대비 15.9%로 가장 많이 올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농업소득에 비해 농외소득이 비교적 빠르게 증가하던 과거와 달리 농외소득이 감소한 반면 농업소득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경제 불황에도 먹거리 산업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식량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기본 요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가정 내 식사 증가,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원으로 인해 타 산업에 비해 소비 측면에서의 타격이 적었다.
이번 농가경제조사 결과는 불황에도 버티는 힘이 농업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경영위험관리와 경영안정 정책의 필요성도 재확인되었다.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소득 상승이 앞으로도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기후 변화와 급변하는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우리 농가의 경영위험은 늘 존재한다.
또 주거 등 생활여건 개선, 농촌 공동체 역량 향상 등 농촌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 동반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인구가 농업·농촌에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