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4일 사의를 표명한 후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대검 청사를 나서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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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 검찰총장직을 중도 사퇴한 뒤 잠행을 이어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달 중순 대권 도전을 위한 ‘정치참여 선언’을 할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총장직 사퇴 직후 대선 지지율이 수직상승하며 보수야권의 간판 대선 주자로 부상한 윤 전 총장의 정치참여 선언 일정이 6월 중순으로 가시화함에 따라 향후 정국은 내년 대선을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전 총장을 비롯한 여야 유력 주자들의 출마선언이 이어지면서 대선판이 다시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윤 전 총장의 한 측근은 1일 동아일보에 “윤 전 총장의 정치참여 선언이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인 6월 중순경 나올 것으로 안다”며 “내년 대선 출마를 향한 출사표를 공식적으로 던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 측이 정치참여 선언 시기를 이달 중순경으로 잡은 것은 6월 말부터 시작되는 여당의 대선 경선 일정과 국민의힘 지도체제가 개편 등을 감안할 때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적기로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입당을 검토하고 있는 윤 전 총장으로선 국민의힘 차기 대표가 결정돼야 입당 문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상황도 작용했다. 국민의힘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이달 1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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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은 정치참여 선언 이후에는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과의 접촉을 전면적으로 확대하면서 지지세를 본격적으로 넓히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입당을 앞두고 자신의 지지기반과 세(勢)를 최대한 모아 입당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윤 전 총장이 정치참여 선언에서 어떤 새로운 메시지를 낼 것인지도 관심사다. 윤 전 총장은 3월 4일 사퇴하면서는 ‘상식과 정의 붕괴’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 파괴’를 지적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국민 보호’를 위해 진력(盡力)을 다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총장직 사퇴 이후 외교안보, 경제, 복지, 노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 의견을 나누면서 체득한 국가경영에 대한 나름의 안목과 비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최근 여권에서는 윤 전 총장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이달 중순경 공식 출마 선언을 하게 되면 윤 전 총장에 대한 여권의 네거티브 공세는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많다. 친정부 성향으로 알려진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 검찰개혁의 마무리 투수를 자임하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윤 전 총장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이달 중순경 대권 도전을 겸한 정치참여 선언을 하면 검찰총장 출신이 대선에 출마하는 첫 사례가 된다. 더욱이 윤 전 총장의 출마는 총장직을 사퇴한 후 몇 달 만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검찰총장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놓고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적폐 수사’를 지휘하며 문 대통령을 도왔던 윤 전 총장이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정권 교체를 위한 대권 도전 선언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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