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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두달앞 美의 ‘여행금지’ 쇼크…日여론 83% “취소나 연기”

입력 | 2021-05-26 03:00:00

[위기의 도쿄올림픽]美국무부 ‘日여행금지’ 권고





美 “日 여행금지” 권고… 7월 도쿄올림픽 비상
미국 정부가 24일(현지 시간)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금지’를 권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도쿄 올림픽 개막(7월 23일)이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일본 정부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미 한 차례 연기된 도쿄 올림픽을 아예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본 내에서 높다. 이런 여론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일본 정부에 이번 ‘여행 금지’ 권고는 대형 악재다. 이를 두고 CNN은 “도쿄 올림픽 앞에 장애물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24일 일본에 대한 여행경보를 기존 ‘여행재고’(3단계)에서 ‘여행금지’(4단계)로 높였다고 밝혔다. 네 단계인 국무부 여행경보 중 ‘여행금지’는 최고 단계다. 1단계는 ‘보통 수준의 사전 주의’, 2단계는 ‘주의 강화’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대부분의 나라를 포함해 151개국이 4단계다. 중국, 대만 등 42개국은 3단계이고 한국은 2단계다. 1단계인 나라는 없다. 일본 정부는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25일 “이번 권고가 올림픽 선수단 파견과는 관련이 없다는 설명을 미국으로부터 들었다. 일본 정부의 올림픽 개최 결의를 지지하는 미국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했다.




올림픽 두달앞 美의 ‘여행금지’ 쇼크…日여론 83% “취소나 연기”

도쿄 전광판에 ‘日 여행금지 권고’ 속보 미국 국무부가 일본을 여행경보 4단계인 ‘여행금지’ 권고 국가로 분류했다는 내용의 국무부 홈페이지 문구가 25일 도쿄의 한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전광판 왼쪽 위에 일본어로 ‘가장 엄중한 레벨’이라고 4단계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도쿄 올림픽 개최를 위해 일본 국민과 국제사회를 납득시키려 애쓰고 있는 일본 정부에 새로운 타격이다.”(블룸버그통신)

“약 두 달 뒤로 다가온 도쿄 올림픽 개최를 불안하게 보는 견해가 강해질 우려가 있다.”(아사히신문)

미국 국무부가 24일(현지 시간) ‘일본 여행 금지’를 권고하자 일본 언론과 외신들은 일제히 도쿄 올림픽 개최에 미칠 악영향을 거론했다. 안 그래도 올림픽을 취소하거나 재연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은 상황에서 또 하나의 대형 악재를 만났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의 4월 여론조사 때 올림픽을 취소하거나 연기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은 71%였는데, 5월엔 83%까지 높아졌다. 일본 언론들은 특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까지 일본으로의 여행을 피해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끝낸 여행자라도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를 옮길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것에 주목했다. 앞으로 일본 내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더라도 계속 ‘여행 금지국’으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는 국무부가 ‘일본 여행 금지’를 권고한 당일 곧바로 성명을 내고 “미국 선수들이 도쿄 올림픽에서 안전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기를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 위원회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취하고 있는 조치들이 미국 팀의 안전한 올림픽 참가를 가능케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국무부의 여행금지 권고가 미국의 올림픽 참가와는 관련이 없다며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미국의 대회 불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교도통신은 “미국 선수단의 도쿄 올림픽 참가 여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스포츠신문인 도쿄스포츠는 “미국 선수단의 도쿄 올림픽 불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나왔다”며 “스포츠 대국인 미국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되면 다른 나라들이 이에 동조하는 사례도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국무부의 이번 권고를 계기로 아예 올림픽 취소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제금융 전문가인 도시마 이쓰오(豊島逸夫) 도시마앤드어소시에이츠 대표는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이 시점에 미 국무부의 ‘일본 여행 금지’ 권고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입장을 생각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구조선일 수 있다. 이런 ‘외압’을 계기로 ‘애끓는 심정으로 올림픽을 취소한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 국무부의 권고를 핑계 삼아 정치적인 부담없이 올림픽 포기 선언을 고려해 보라는 것이다.

NHK에 따르면 24일 기준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72만2938명, 사망자는 1만2420명이다. 10개 지자체에 긴급사태가 발령돼 있지만 최근 하루 확진자가 2000∼4000명대로 감염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중증자 수는 연일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미 정부는 이런 상황으로 볼 때 일본 여행이 자국민의 안전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현재 미국을 포함한 거의 모든 나라로부터의 신규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은 25일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 출석해 “도쿄 올림픽을 실현한다는 일본 정부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미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마루카와 다마요(丸川珠代) 올림픽 담당상도 이날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환경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도쿄 올림픽 개최를 강행할 뜻을 밝혔다. 최근 도쿄대 연구팀은 도쿄 올림픽이 열려 사람들의 이동량이 10% 늘어나면 9월 초 도쿄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2024명으로 추산했다. 올림픽이 열리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확진자(617명)의 3배가 넘는다.



日, 백신 컨트롤타워 없어 접종률 4.9%… 팬데믹속 여행캠페인 등 방역도 낙제점
백신-방역 실패 어쩌다 이지경

미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금지’를 권고한 것은 일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백신 접종에서 모두 성과가 저조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백신 접종이 더디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23일 현재 일본에서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사람은 전체 인구의 4.9%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특히 백신 접종 프로세스 전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 일본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에 이미 모든 국민이 맞을 수 있는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 백신 접종도 한국보다 9일 앞선 2월 17일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 접종을 담당하는 곳은 1741개 지자체인데 예약과 접종 절차가 지자체마다 다르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지고 혼동이 빚어졌다. 이달 10일 이후 지자체들이 본격적으로 백신 접종 예약에 나섰지만 예약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화 연결이 되지 않고, 온라인 접종 신청의 경우엔 인터넷 접속이 다운되는 사태가 속출하기도 했다.

방역도 낙제점이다. 현재 도쿄 등 10개 지자체에 음식점 영업시간 단축, 주류 제공 금지, 외출 자제 등이 적용되는 긴급사태가 발령돼 있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다. 게다가 작년 4월과 올 1월에 이어 세 번째 긴급사태 발령이다 보니 국민들의 피로감이 커져 빠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제를 중요시하는 스가 총리가 지난해 국내 여행 장려를 위해 보조금을 주는 이른바 ‘고투트래블’ 캠페인을 벌인 것도 코로나19 방역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정책은 야당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일본 통신사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三木谷浩史) 회장은 최근 CNN 비즈니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해 “10점 만점 중 2점”이라며 혹평했다.

“5년간 준비했는데…” 한국 선수단 ‘술렁’
진천선수촌 외부 차단한채 방역
선수단 등 670여명 백신 접종

미국 국무부의 일본여행 금지 권고에 약 두 달 남은 도쿄 올림픽을 준비 중인 한국 선수단도 우려를 나타냈다. 선수들로서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5년 동안 기울였던 노력이 허사가 될 수도 있다.

올림픽 최고 효자 종목 양궁 대표 선수들은 이날 예정대로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도쿄 올림픽 대비 제2차 특별훈련을 시작했지만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2012 런던 대회 이후 9년 만에 올림픽에 출전하는 남자 대표팀의 맏형 오진혁은 “솔직히 개최에 대한 불안한 감정은 있지만 올림픽이 열린다는 가정하에 준비하고 있다. 선수 생활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누구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훈련 중”이라고 말했다. 생애 첫 올림픽에 나서는 여자 양궁 세계랭킹 1위 강채영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올림픽 대비 훈련이 진행되면서 훈련에 집중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7일까지 실시되는 이 훈련은 양궁 경기가 열리는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을 옮겨놓은 듯한 특별 세트장에서 이뤄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왔던 레슬링 대표팀은 남자 그레코로만형 72kg급의 류한수와 130kg급 김민석 두 선수만 올림픽에 출전한다. 레슬링 대표팀 관계자는 “올림픽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염려스러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진천선수촌은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고 철저하게 방역 관리를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유도, 탁구, 배구 등 종목을 시작으로 현재 670여 명의 선수와 지도자, 지원 인력 등이 백신 접종을 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 유재영 elegant@donga.com·강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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