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자의 딸/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지음·구유 옮김/332쪽·1만5000원·은행나무
‘차베스’라는 이름이 언급되지 않지만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적 역사를 아는 독자라면 누구나 이 소설이 차베스 정부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차베스는 빈곤 해방과 제국주의로부터의 독립을 약속했지만 포퓰리즘 정책을 펼친 탓에 결국 베네수엘라의 경제와 민주주의를 파탄 낸 통치자다. 차베스가 이끌었던 사회주의 혁명인 ‘볼리바르 혁명’의 신봉자들은 정부에 헌신하며 막강한 권력과 이익을 챙겼고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끝없는 폭력에 일상적으로 노출됐다. 팔콘 역시 ‘혁명의 아이들’ 또는 ‘보안관’으로 불리는 혁명 세력의 피해자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어머니를 잃은 팔콘에게 보안관들은 집마저 앗아간다. 팔콘이 ‘스페인 여자의 딸’로 알려진 아우로라 페랄타의 집에 들어가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그곳에서 페랄타의 시신을 발견한 팔콘은 절대적 빈곤과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페랄타가 돼 스페인으로 돌아가는 계획을 세운다. 과연 팔콘은 무사히 베네수엘라를 탈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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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대통령이 집권한 20년 동안 2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베네수엘라를 떠났다. 저자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역시 결국 베네수엘라를 떠났다. 언론에서만 단편적으로 등장하는 베네수엘라의 진짜 모습이 궁금한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