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2021.05.14. 서울=뉴시스
현재 국토부가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집값, 급등한 부동산 관련 세 부담, 공직자 부동산 투기 논란 등은 모두 내년 3월로 예정된 대선에 핵폭탄급 위력을 미칠 만한 사안들이다. 문 대통령도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정부로서는 할 말이 없다”며 실패를 자인했을 정도로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이에 따라 노 신임 국토부 장관이 펼쳐나갈 정책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행시 30회(1986년)로 공직사회에 입문한 그는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 등을 거쳐 국무조정실장 등을 지낸 정통 경제 관료다. 국토부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라는 점에서 남은 현 정부 임기 동안 자신의 색깔을 내기보다는 이미 주어진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임명장을 받은 김부겸 신임 국무총리도 “부동산 정책에서 더 이상 실망을 드리지 않겠다”며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줬다. 김 총리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집값 안정 기조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모든 세대에서 실수요자들이 주택 마련에 어려움이 없도록 다양한 정책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 ‘2·4대책’ 등에 속도전
‘2·4대책’의 핵심은 LH SH 등 공공기관 주도의 도심지역 고밀 개발과 함께 신도시급 신규 공공택지 공급이다. 특히 수도권 신규 택지와 관련해 노 장관은 “2,3개월 내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늦어도 8월 중에는 공개하겠다는 뜻이다. 당초 상반기로 예정됐던 신규 택지 공개는 공직자 투기 논란에 제동이 걸리면서 하반기 이후로 대폭 늦춰진 상태이다.
하지만 노 장관의 의지대로 속도전이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2·4대책’의 후속조치를 위해 개정작업을 진행 중인 8개 법령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힌 상태다. 민간 주도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뉴타운 정상화를 요구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협의도 쉽지 않는 과제다.
● 부동산 관련 세 부담 완화 작업 본격화
여당을 중심으로 요구가 거센 부동산 관련 세 부담 완화 작업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노 장관도 그 필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청문회에서 부동산 관련 세 부담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에 대해 “(공시가격 상승으로) 국민 부담이 일시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통계는 통계대로 합리화시키고 세제를 포함한 국민 부담 부분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면서 “재산세 관련된 내용도 관련 부처와 함께 합리적인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작업은 계획대로 추진하되 국민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련 조치를 병행하겠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와 관련,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고가 주택’ 기준을 현행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또 재산세 감면 대상을 현행 공시가격 6억 원에서 9억 원 수준으로 높이고,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안도 집중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2021.5.10/뉴스1
● 공직자 투기 방지책 조기 확정
LH 땅 투기 의혹 제기로 불거진 공직자 부동산 투기 논란은 여당이 '4·7 보궐선거‘ 참패의 핵심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을 정도로 현 정부와 여당에 주는 충격은 컸다. 문 대통령도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국토부 경험이 전무한 노 장관을 후보자로 선임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를 언급했다. “국민의 불신 대상이 된 국토부와 LH를 개혁하는데, 국토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해 노 후보자를 발탁하게 됐다”고 밝힌 것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LH 개혁안을 5월 중에는 공개하겠다는 일정을 발표한 상태다. 당시 홍 부종리는 “혁신방안은 조직·기능 개편, 투기방지 내부통제 마련, 경영혁신 등 3가지 방향으로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