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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임기 말 정권 리스크 줄일 적임자로 김오수 택했나

입력 | 2021-05-03 17:37:00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에 현 정부에서 3명의 법무부 장관을 보좌한 경력이 있는 김오수 전 법무차관을 지명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임기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고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김 전 차관이 검찰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잘해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청와대는 표면적으로는 김 후보자가 검찰조직 안정과 검찰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킬 적임자란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대통령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임기 말 상황에서 검찰 수사로 인한 정권의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 정부와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충분한 김 전 차관을 ‘소방수’로 지명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전남 영광 출신의 김 전 차관은 검찰 내 호남 인맥을 잇는 대표 검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역임할 정도로 수사 실력과 내부 신망을 갖춰 검찰총장을 할 만한 재목으로 진작부터 평가를 받아왔다.

단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2019년 법무차관으로 있으면서 조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 검찰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빼고 수사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하는 등 정권에 코드를 맞추려는 듯한 행보로 논란이 있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서도 당일 김 전 차관의 출국이 제지된 상황을 보고받아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보다 3기수 선배인 사법연수원 20기의 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고검장급 간부들의 줄사퇴를 줄임으로써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다 최근 후보군에서 탈락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연수원 23기)을 비롯해 구본선 광주고검장(23기),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24기) 등이 모두 총장 후보자보다 후배들이다. 신임 총장 취임 때마다 용퇴를 명분으로 고위 간부들이 검찰을 줄줄이 떠나던 과거 관행에서 탈피한다는 명분에다 총장 후보에서 탈락한 이 지검장을 계속 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당장은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불법 출금 사건 연루 여부와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한 야당의 검증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문회 통과 후 총장에 취임하면 곧바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후속 인사를 어떻게 단행할지가 관심이다. 

김 후보자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한다는 평을 듣고 있으면서도 필요한 검찰 수사는 엄정히 해야 한다는 원칙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임기 말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