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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집단 성폭행’ 암시글…왜 42일만에 알려졌나

입력 | 2021-05-03 16:29:00

친구들과 여자친구 성착취했다는 내용
청와대 청원에 후에야 경찰 신고 접수
"온라인 신뢰도 낮아 허풍으로 인식"
"개인·집단 별 성적 감수성 차이 존재"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여러 남성과 강제 관계를 맺게 했다는 글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가운데, 해당 글은 첫 등장 40일 이상이 지나서야 공론화돼 그 이유에 궁금증이 생기고 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집단 성폭행 암시 익명 게시글의 작성자 등을 특정하기 위한 내사를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을 서울 마포경찰서 등 일선 서에도 배당한 상태”라고 전했다.

문제의 글이 에펨코리아에 게재된 시점은 지난 3월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월19일 글이 게재되고 4월30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이 글을 고발하는 청원이 올라오며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사건이 알려지며 이날 오후 기준 청와대 청원에 10만명 이상이 동의하는 등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지만, 경찰 신고는 청와대 글이 올라오기 전까진 접수되지 않았다. 40일 이상 다수의 사람들이 범죄를 암시하는 글을 보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문제의 글이 삭제되기 전 청와대 청원자가 글을 아카이브했던 시점 기준 조회수는 1974회였다.

이처럼 공론화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우선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의 신뢰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들엔 전반적으로 과장이 많이 섞여 있어 이용자들이 잘 믿지 않고 넘긴다는 것이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온라인 공간에 올라오는 것들은 허위인지 사실인지 밝히기 어렵다”며 “그런 글들이 올라왔을 때 클릭 수를 위해 자극적인 글을 썼다고 생각해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사안의 경우 사진이 올라왔다든가 피해자가 직접 이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한 게 아니기 때문에 공론화가 더뎠던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성인지 감수성에 있어 개인 차가 존재한다는 점도 해당 글을 읽은 사람들이 사안을 심각히 여기지 않고 넘길 수 있었던 요인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문제가 된 글엔 자신도 ‘초대’를 해달라거나 ‘좋은 것’은 나누자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국성폭력 상담소 최란 부소장은 “사람들마다 갖고 있는 감수성의 차이가 있다”며 “같은 현상을 두고도 누구는 문제라고 인지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집단에 따라 경향성을 띨 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 부소장은 “(해당 글을) 하나의 문화처럼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은 해당 사이트 자체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소위 남초 사이트에서 보여지는 경향”이라며 “여성혐오적인 사회문화적 문제들과 동일한 맥락 선상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윤김 교수도 “이런 사안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문제가 되기도 하고 묻힐 수도 있다”며 “읽는 이가 사실로 여겨도 신고하지 않고 자신도 끼워달라고 하는 등 문제가 한달동안 방치가 됐다는 것은 그 사이트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성착취 등이 나한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허풍이든 진짜든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소장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감수성엔 차이가 있지만, 어떤 행동이 누군가의 권리를 제한하고 폭력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감각은 가져야 한다”며 “그런 차원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