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한에게 폭행당한 피해자의 모습. ABC 7 뉴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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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건 대낮에 뉴욕을 상징하는 센트럴 파크 한복판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일가족이 괴한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1일(현지시간) ABC 7 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A 씨(38)는 센트럴파크 서쪽 헌쉐드 록스 호수 근처에서 아내와 5살 난 아들과 산책하고 있었다.
공원에는 A 씨 가족 말고도 주위를 왔다 갔다 거리며 혼자 중얼거리는 남성이 있었다. 마스크도 쓰지 않은 이 남성은 곧 A 씨의 아내와 아들에게 가까이 다가와 귀에 대고 음담패설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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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호수와 바위 사이의 막다른 곳까지 도망쳐 궁지에 몰린 A 씨는 남성에게 “당신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이곳은 꽤 큰 공원이니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자”라고 말하며 다독였다.
그러자 또다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던 남성은 “너는 마스크를 갖고 있구나. 그게 바로 장점이다. 너희는 항상 유리하다”라고 쏘아붙이며 일순간 A 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괴한에게 폭행당한 피해자의 모습. ABC 7 뉴스 방송화면 캡처
갑자기 날아든 주먹에 A 씨는 뺨 두 곳이 골절됐고 눈은 핏줄이 터져 붉게 변했다. A 씨는 “눈에 별이 보였다. 땀인 줄 알았는데 얼굴에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며 “그 순간엔 오로지 가족의 안위만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A 씨는 “괴롭힘이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가족을 표적으로 삼은 것만은 확실하다”며 “아시아계 여성에 대한 집착과 고정관념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에 대해 당당히 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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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인터뷰 중인 피해자(왼쪽). ABC 7 뉴스 방송화면 캡처
이번 사건이 최근 급증한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증오범죄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현재 목격자가 촬영한 용의자 사진을 경찰에 제출한 상태며 A 씨는 경찰이 해당 사진을 공개하기를 바라고 있다.
A 씨는 이번 일로 화가 나진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미워할 여지가 없다”라며 “증오는 사랑으로 잠재우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할 것”이라면서 증오를 증오로 갚을 생각이 없음을 시사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