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재산등록제를 모든 공직자로 확대해 최초 임명 후 재산 변동과 형성 과정을 상시 점검받는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 “부당 이익을 철저히 환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정부와 여당은 전날 당정협의회에서 부동산 투기 이익을 소급해 몰수하는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소급 입법은 위헌 소지가 있고, 재산등록 확대도 실효성에 의문이 적지 않다. 강력한 투기 대책은 필요하지만 자칫 선거를 앞둔 과잉 대책으로 비칠 수 있다.
여당은 일제강점기 친일파가 축적한 재산을 소급해 몰수하는 특별법이 있었으므로, 투기 이익의 소급 몰수도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헌법상 법은 만들어진 이후의 범죄에 적용한다. 소급 몰수를 강행하면 헌법 소원이 제기될 수 있고, 오래된 ‘불법 이익’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국회는 24일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미공개 정보로 투기한 공직자를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고 불법 이익을 몰수하는 법안이다. 부당이익의 3∼5배 벌금도 부과한다. 이런 법안을 의결하자마자 소급 입법에 나선 것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소급한다면 언제부터 어떤 곳의 누구에게 적용할지 등의 기준도 논란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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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이후 ‘민족반역자’ ‘패가망신’ 등을 언급하며 발언 수위를 높여왔다. 불법 투기를 막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이번에 철저한 수사를 통해 불법 기획부동산과 차명 투기를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 하지만 재산을 소급 몰수해 패가망신시킬 정도의 법안이라면 실질적인 효과는 있는지, 불필요한 시비 소지는 없는지를 충분히 검토해서 시행하는 것이 옳다. 투기는 잡되 보여주기식 엄포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을 꾸준히 실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