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3일 개막한 시·군 당 책임비서 강습회의 이틀 째 일정을 4일 소화했다고 5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결론’을 발표했으며, 결론에서는 당 책임비서들의 자질 향상과 높은 사상적 무장이 강조됐다고 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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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과거와 달리 주요 정치 이벤트를 수일간 진행하는 모습을 자주 선보이고 있다. 내부 단속과 결속을 다지는 행보에 무게를 싣고 있음이 드러나는 행보로 분석된다.
북한은 올해 1월 개최한 제8차 노동당 대회를 8일간 진행했다. 김일성 주석 시대 열렸던 1970년의 5차 당 대회 이후 가장 긴 당 대회 일정이었다.
이후 이어진 열병식 등 부대행사까지 일정에 포함하면 사실상 열흘 넘게 당 대회 일정이 이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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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회의 역시 설 명절을 앞두고 사흘간 진행됐다. 당 대회 개최 시점에서 불과 한 달만에 열렸고, 설을 앞두고 개최됐다는 점에서 일정을 짧게 소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가는 행보였다.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한 달 전 당 대회에서 제시된 과업들을 이행하는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재정비하는 논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 당 총비서가 공개적으로 간부들의 ‘소극적, 보신주의적’ 태도를 지적하고, 당 경제부장이 한 달 만에 경질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지난 3일 ‘개강’한 시·군 당 책임비서 강습회는 현재 북한의 내부 분위기를 더 잘 엿볼 수 있는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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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습회가 ‘기층 단위’인 시·군 당 책임비서들을 상대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북한이 간부들에 대한 재교육과 사상적 무장을 다시 다져나가기로 결정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가 강습회에 참석해 ‘연설’이 아닌 ‘개강사’를 했다는 북한 매체들의 보도도 강습회의 목적과 형식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김 총비서는 강습회 이틀째 일정에서 발표한 ‘결론’을 통해 간부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태도 개선을 주문했다. 앞선 당 대회와 전원회의 때 지적됐던 내용과 대동소이했다.
노동신문은 김 총비서가 일부 책임비서들의 사업과 생활에서 당과 혁명에 대한 충실성, 인민에 대한 헌신성, 동지들에 대한 존중심, 사업에 대한 성실성이 희박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점을 ‘엄하게 지적’했다며, 그 사상적 근원도 명백히 규명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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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시·군 당 책임비서들이 발언과 행동, 도덕 풍모를 비롯한 모든 면에서 대중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라며 “그러자면 자신을 특수화하지 말고 언제 어디서나 아랫사람들과 인민들을 존중하고 혁명 선배들을 존경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문은 5일 강습회 관련 보도에서 ‘강습회는 계속된다’라고 언급해 이번 강습회도 앞선 두 회의와 마찬가지로 사나흘 이상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이 같은 내용들이 올 들어 매달 관영 매체를 통해 연이어 보도되고, 실제 간부들이 교체되는 등 변화를 겪는 북한 내부적으로는 ‘단속, 결속’의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런 행보는 대외적으로도 시사하는 점이 있다. 북한은 두 번의 큰 당 회의에서 대외 메시지나 행보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전통적 우방인 중국을 신경 쓰고 남한과 미국에 대해서는 ‘먼저 태도를 바꾸라’라고 요구하는 기존의 행보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관영 매체로 내부 정치 행사에 대한 보도를 대대적으로 이어가면서도 대외 메시지에 대해서는 ‘정중동’을 유지하는 것은 외교에 대한 현재 북한의 기조를 보여 주는 셈이기도 하다.
김정은 총비서가 ‘회의’를 통한 ‘당 중앙’의 공식적인 결정을 통한 통치를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수해 복구 사업 대응 등 국가의 주요 사안을 모두 당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이를 대내외에 공개했다. 올해 나타나고 있는 양상을 봤을 때, 역시 이 같은 기조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