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이현숙 개인전 ‘휭, 추-푸’ 인간과 자연의 소통 모색
고래들이 발신하는 다양한 소리의 물결로 관람객의 청각을 감싸는 설치작품 ‘여덟 마리 등대’. 전시는 무료이며 포털사이트에서 사전 예약해야 한다. 아르코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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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의 고래 배 속에서 재회한 피노키오와 제페토 할아버지는 빛이 차단된 그곳에서 무슨 소리를 듣고 있었을까. 3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홍이현숙 작가(63)의 개인전 ‘휭, 추-푸’는 익숙한 듯 멀고 낯선 존재인 고래의 소리 속에 잠시 파묻혀볼 기회를 제공한다.
커다란 첫 전시실 복판에 얼기설기 얽은 뗏목 하나가 희미한 등불을 밝히고 어둠 위에 떠 있다. 하부를 시소처럼 둥글려놓아 관람객이 걸터앉으면 파도 위 뗏목인 양 기우뚱거린다. 상이한 높낮이로 매달려 주위를 둘러싼 스피커 8대에서 13분 1초간 다양한 고래 소리가 울려나온다.
이 설치작품 ‘여덟 마리 등대’에 쓰인 소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만 해양연구소에서 제공받은 7종과 영국 스코틀랜드 해양과학협회로부터 얻은 1종의 고래 소리를 편집한 것이다. 말미에는 고래들이 대화를 주고받는 느낌이 들도록 구성했다. 진득하게 뗏목 주위를 거닐며 귀기울여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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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제목 중 ‘휭’은 바람 부는 소리를 표현하는 우리말 의태어, ‘추-푸’는 동물이 바람을 맞거나 수면에 부딪는 모습을 표현하는 남미 토착어다.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를 예술 작품을 통해 부각시키는 실험적 작품을 선보여 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의 언어에 한정되지 않은 다양한 존재와의 소통 의지를 드러냈다. 미술관 측은 “공멸이냐 공생이냐의 기로에 놓인 감염병 위기 속에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연대 방식에 대한 성찰을 전하는 작품들”이라고 밝혔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