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위컴 원더러스와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2강전에 로테이션 멤버를 가동했다. 지난 17일 셰필드유나이티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 후 8일간 재충전 시간이 있었음에도 주축들을 벤치에 대기시켰다. 사흘 뒤인 29일 펼쳐질 리버풀과의 중요한 EPL 일정까지 고려했을 선택이다.
이 결정을 두고 ‘안일하다’ 말할 수는 없다. 토트넘은 잉글랜드 최상위 리그인 EPL에서도 선두권(5위)을 달리고 있는 팀이고 위컴은 챔피언십(2부리그) 최하위(24위)에 있는 팀이다.
다수의 감독들이 모리뉴와 비슷한 선택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축구가 뜻대로 되진 않는다. 모리뉴의 올 시즌 가장 큰 고민이자 토트넘의 약점이 이 경기를 통해 또 드러났다.
모리뉴 감독은 손흥민을 비롯해 케인, 호이비에르, 레길론, 은돔벨레 등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시켰다. 대신 가레스 베일을 비롯해 비니시우스와 모우라, 라멜라, 윙크스 등을 내세웠다. 이 멤버로 리드를 잡고 끝까지 주축들의 체력을 아끼거나 출전시키더라도 감각을 조율하는 수준이 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시작부터 꼬였다.
전반 25분 위컴이 선제골을 뽑아냈다. 오른쪽 측면에서 시작된 스로인 상황서 공이 이크피주에게 연결됐다. 그리고 이크피주가 수비와의 경합을 이겨내고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온예딘마가 가볍게 마무리, 토트넘 골망을 흔들었다. 알더베이럴트가 이크피주 맨마킹에 실패한 것, 다빈손 산체스가 크로스를 통과시킨 것 모두 아쉬웠다.
다행히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동점을 만든 토트넘이다. 전반 추가시간 스로인을 받은 모우라가 왼쪽 측면에서 오른발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에서 베일이 바운드 타이밍에 맞춰 왼발로 살짝 방향을 돌려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베일의 센스가 돋보였던 동점골은 반가웠으나 대부분의 시간 토트넘의 공격은 날카로움과는 거리가 있었다.
결국 모리뉴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중원의 핵 호이비에르를 투입했고 후반 12분 케인, 후반 22분 손흥민과 은돔벨레를 모두 투입했다. 그리고 조금씩 위컴 수비진에 부담을 가하던 ‘토트넘 주전’들은 결국 후반 40분 이후 폭격을 가해 팀을 구해냈다.
만약 경기가 연장으로 접어들었다면 큰 타격이었다. 앞서 언급한 리버풀전은 토트넘이 EPL 선두권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 분수령을 앞두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손해가 클 뻔했다. 최악은 면했으나 모리뉴 감독의 고민은 깊어진다.
모리뉴 감독과 함께 하는 두 번째 시즌. 토트넘은 2020-21시즌 어떤 대회든 타이틀이 하나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참가하는 모든 대회에 생존해 있다.
리그컵(카라바오컵)은 결승 무대에 올라 있고 FA컵도 16강에 진출했다. 유로파리그는 2월부터 본선에 돌입하고 EPL 선두 경쟁도 한창이다. 가능성이 다 살아 있다. 반면 그만큼 빡빡한 일정 소화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도 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