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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푸틴, 準군사동맹 통해 바이든에 맞선다

입력 | 2021-01-24 10:17:00


2019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양국의 전략적 협력을 강조하며 건배하고 있다. [Sputnik]

중국 헤이룽장성 우수리강(러시아명 아무르강) 중류의 전바오다오(珍寶島·러시아명 다만스키섬). 중국 인민해방군과 옛 소련 붉은 군대는 1969년 3월 2일과 15일 면적 0.74km2밖에 되지 않는 이 자그마한 섬을 놓고 서로 자국 영토라며 두 차례나 전투를 벌였다. 이 분쟁으로 소련군 병사 59명, 중국군 병사 100여 명이 숨졌다. 공산주의라는 같은 통치이념을 추종하던 양국 관계는 당시 무력 충돌로 전면전에 대비할 정도로 악화했다. 소련과 중국은 4380km에 이르는 국경선에 군 병력을 각각 81만4000명, 65만8000명 배치했으며 중국은 미국 대신 소련을 주적(主敵)으로 상정했다. 군사력에서 열세이던 중국은 소련의 위협을 견제하고자 1972년 미국과 화해했다. 이후 소련이 붕괴하고 후신인 러시아가 출범할 때까지 양국은 사사건건 대립했다.


사실상 ‘군사동맹’ 맺은 양국


견원지간이던 양국은 2001년 7월 16일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해 영토 문제를 비롯한 각종 분쟁을 해결하고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모스크바를 방문한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조약에 서명한 후 양국 우호관계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임을 다짐했다. 이후 양국은 지금까지 밀월관계를 보여왔다. 반면,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중국이 21세기로 접어들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악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이 기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을 강력하게 압박하자, 중국은 러시아와 손잡게 됐다. 러시아도 옛 소련의 영광을 되찾고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과 협력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에 앞서 20년 전 체결한 양국의 선린우호협력조약을 거론하면서 밀월관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나섰다. 두 정상은 지난 4년간 새해 전날인 12월 31일 상호 신년 축하전보를 보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월 28일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전화 내용도 외교적 수사가 섞인 우호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인류는 생명과 안전 부분에서 종전에 없던 도전을 맞고 있으며, 세계경제는 큰 충격을 받았고, 세계는 혼란과 변혁의 시기에 들어섰다”면서 “위기 시기에 중국과 러시아 관계의 특별하고 귀중한 가치가 점점 더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은 “앞으로 양국이 선린우호협력조약의 기초 위에 더욱 넓은 영역에서 더욱 깊은 단계로 협력해나가자”고 제의했다. ? 

시 주석이 선린우호협력조약을 끄집어낸 의도는 무엇일까. 시 주석은 크게 두 가지를 우려하는 듯하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중국을 봉쇄하려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과 푸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손잡을 가능성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시 주석의 속셈은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일종의 ‘약속’을 받아내려는 것이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양국의 선린우호협력조약 20주년을 맞는 2021년은 양국 관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양국 관계를 앞으로 더 확실하게 발전시켜나가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의 이 말에 상당히 안도했을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신년 축하전문에서도 양국의 선린우호협력조약 20주년을 성대하게 기념하자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이 조약에 집착하는 이유는 제9조에 적시된 조항 때문이다. 제9조는 조약 당사자 가운데 한쪽이 평화와 안보를 위협받거나 침공 위기에 직면했을 때 이런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즉각 연락하고 협의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양국은 제9조의 이런 내용 때문에 사실상 ‘군사동맹’을 맺었다고 볼 수 있다.


군사훈련 등 모든 분야에서 밀월관계

2020년 러시아 Su-27 전투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 (KADIZ)에서 중국 H-6K 폭격기를 호위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양국은 그동안 공식적으로 군사동맹을 맺지는 않았지만 군사협력을 강화해왔다. 대표적 사례로는 양국 공군기들이 지난해 12월 22일 동해상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했던 것을 꼽을 수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H-6K 전략폭격기 4대, 러시아 공군 Tu-95MS 전략폭격기와 Su-27 전투기, A-50 조기경보통제기 등 15대가 KADIZ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중국과 러시아 공군기가 함께 KADIZ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7월에 이어 두 번째다. 

양국 군사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처럼 양국군의 합동훈련이라고 볼 수 있다. 양국군은 군사동맹을 맺은 것처럼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동해와 서해 등에서 합동훈련을 확대하고 강도를 높이고 있다. 양국군은 또 군사기술 지원, 연합 정찰작전, 미사일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등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특히 양국은 미국이 아시아 동맹국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군사적 대항 조치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8월 러시아가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탈퇴하자 아시아에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검토해왔다. 양국은 또 탄도미사일 및 우주 로켓 발사 통보에 관한 합의를 2030년까지 10년간 연장하기로 했다. 

양국은 현재 모든 분야에서 밀월관계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5G 동맹’을 들 수 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와 러시아 최대 유무선 통신사인 모바일 텔레시스템스(MTS)는 러시아 전역에 5G(5세대) 네트워크를 설치하는 계약을 맺고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MTS는 지난해 7월 러시아의 첫 5G 네트워크 사용 허가를 받았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은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중국, 특히 화웨이와 5G 기술 관련 협력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데, 러시아는 절대로 미국 전례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 군함들이 동중국해에서 해상연합-2019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China.mil]


양국의 인프라 건설협력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중국철도건설공사는 지난해 9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카잔을 잇는 729km 고속도로 중 107km 구간의 건설계약을 수주했다. 중국 기업이 러시아의 국가 인프라 건설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계약 규모는 7억6000만 달러(약 8358억 원)다. 모스크바-카잔 고속도로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중국 장쑤성 롄윈강까지 유럽 서부와 중국 서부를 잇는 8000km 고속도로 건설 계획의 일부다. 

양국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첫해인 올해 추진할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가 개최될 경우 전략적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미 중국과 러시아를 반(反)민주주의 국가로 규정한 만큼 양국도 이에 대항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양국의 선린우호협력조약 체결 20주년이기도 하지만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만큼 푸틴 대통령은 이를 축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첫 외국 정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안드레이 데니소프 주중 러시아 대사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식 동맹관계는 꺼리는 까닭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난 건 2013년 시 주석 집권 이래 30번이 넘는다. 하지만 양국은 이처럼 바이든 대통령에 맞서 서로 손잡고 유대를 강화하고 있음에도 공식적으로 동맹관계 맺기를 꺼리고 있다. 그 이유는 양국이 서로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데니소프 대사는 “양국이 동맹을 맺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양국 관계는 제3자를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국익의 필요에 따라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 공동 대응할 것이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74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