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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9분 47초 자화자찬 고별사…바이든 이름 언급 안해

입력 | 2021-01-20 20:02: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인 19일을 자화자찬으로 가득한 고별사와 측근 사면 뉴스로 장식했다. 그가 ‘애국당(Patriot Party)’이라는 이름의 신당 창당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공개한 19분 47초 분량의 동영상 연설에서 자신의 업적을 강조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수십 년 만에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지 않은 첫 대통령이 된 것이 특히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치적으로는 중동 관계 정상화(긴장 완화) 노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우주군 창설 등을 꼽았다.

경제 분야 업적을 나열하면서는 한국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건설했다”며 “망가진 무역 협정들을 고쳤고 끔찍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했으며, 한국과의 한쪽으로 경도된 협상(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했다”고 말했다.

6일 자신의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사태를 두고서는 “정치적 폭력은 미국인으로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에 대한 공격이다.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새 행정부가 미국을 안전하고 번영하게 하는 데 성공하기를 기도한다”고 했지만 한번도 ‘조 바이든’이라는 이름을 꺼내지는 않았다. 고별사는 18일 오후 녹화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 건설’ ‘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감세와 개혁안 통과’ 등의 표현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백 번 되풀이해 온 거짓말에 불과하다”라며 “고별사마저 허위 정보로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CNN은 “자신을 소외된 이들의 옹호자였던 것처럼 묘사했을 뿐, 철면피 같았던 정치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오후 측근 인사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사면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정권의 설계자’로 불렸던 인물이다.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미국-멕시코 장벽 건설을 위해 온라인 모금을 하는 과정에서 거액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지난해 8월 체포돼 기소됐다. 최근까지 사면 목록에서 빠졌다가 전격 포함됐다. 유죄 판결을 받은 다른 측근과 달리 재판도 시작되지 않은 상태였다.

트럼프는 임기 마지막까지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평가절하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트럼프는 19일 이 수사와 관련된 연방수사국(FBI) 일부 문건의 기밀 해제를 허가했다고 NYT가 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건이 공개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NYT는 “트럼프는 이 수사가 자신을 공격하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해 왔다”며 “수사를 방해하려는 트럼프의 마지막 시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과 동시에 새로운 정치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트럼프는 고별사에서 지지층을 향해 “우리가 시작한 운동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여러 측근을 소집해 창당 문제를 논의했다”며 “당명은 ‘애국당’으로 짓길 원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의사당 난입 사태를 계기로 트럼프 딱지를 떼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갈라설 것인지 주목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