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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후유증 남기는 아동학대…“뇌발달도 악영향”

입력 | 2021-01-14 12:05:00

뇌실 커지면 언어발달 지연, 피질 위축되면 기억력 감퇴
전두엽 부피 줄면 우울증...해마 손상되면 인지기능 저하
삶에 계속 영향..."주변 아이들 표정과 행동에 관심 가져야"




생후 16개월 여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후유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렸을 때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하면 뇌 발달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동학대를 지속적으로 당한 아이들은 정상적인 뇌 발달을 기대하기 어렵다. 뇌척수액이 흐르는 공간인 뇌실이 커지면 언어발달 지연이 나타나고, 뇌표면(피질)이 위축되면 기억력이 감퇴된다. 감정 충동을 조절하는 안와 전두엽의 부피가 감소하면 우울증을 겪을 수 있고 시각 관련 정보를 처리하는 후두엽의 기능도 저하될 수 있다.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손상되면 인지·학습기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유재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뇌 발달에 정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며 “욕을 계속 먹는 것과 같은 정서적 학대를 받은 아이들은 뇌에서 언어처리 영역간 연결을 담당하는 통로에 변화가 생길 수 있고, 부모가 싸우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목격한 친구들의 경우 후두엽에 있는 시각피질의 부피가 감소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아동학대의 여파로 감정 조절 능력도 떨어질 수 있다. 내적으로는 우울증·불안·외상후 스트레스 등으로, 외적으로는 공격성향·충동 등으로 표출된다. 유 교수는 “정신적 학대는 신체적 학대에 비해 트라우마가 훨씬 더 오래가고 아동의 삶에 계속 영향을 준다”며 “어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도 오랫동안 상담을 받거나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후유증은 평생 갈 수도 있다. 아동학대 가해자는 대부분 부모인 경우가 많은데, 발달과정에서 부모와 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아동은 성인이 된 후에도 사회활동과 결혼생활, 원만한 대인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아동이 성인이 돼 자신의 자녀를 학대하는 비극이 되풀이되는 경우도 많다. 발달 과정에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롤모델이 없었던 데다 부모로부터 배운 교육 방식이 학대이기 때문이다.

학대받은 아동의 치료는 부모 등 학대 가해자로부터 분리 조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유 교수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개입해 (피해 아동이)학대를 받는 환경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며 “계속 트라우마를 받는 상황에서 치료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동학대 후유증을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놀이 치료가 대표적이다. 놀이치료는 언어가 미숙한 아동이 언어 대신 놀이를 통해 학대나 방임으로 인한 불안, 긴장, 두려움 등을 발산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기법이다. 유 교수는 “인형 등 매개체를 통해 제3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면서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과거를 받아들이고 트라우마를 누그러뜨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면증, 식욕부진 등 학대 후유증이 심각한 아동에게는 이런 증상을 완화시켜 주기 위해 약물치료를 일부 시행하기도 한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아동학대 후유증이 얼마나 가느냐는 학대 빈도와 기간·정도, 신체적·정신적 학대, 방임 등 학대의 유형, 학대 이후 치료 유무, 아동의 적응 능력 등이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 후유증을 근절하려면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며 “주변 아이들의 표정과 행동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아이들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신체적·정신적 학대, 방임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용호 위원이 한국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8월 기준)전국에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신고 비율이 최근 5년 이래 처음으로 10%대에 그쳤다. 아동학대 의심사례 현장조사는 2019년 7500회에서 2020년 1300회로 급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