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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짱 교회’ 속출 우려…‘이만희 무죄’에 방역당국 곤혹

입력 | 2021-01-14 11:12:00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공직선거법 위반과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1심 무죄 석방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0.12.31/뉴스1 © News1


이만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방역당국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신속한 추적·검사가 핵심인 코로나19 방역 현장에 적지 않은 혼선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정부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여온 일부 교회, 개신교 국제선교단체 인터콥(InterCP)이 운영하는 경북 상주 BTJ열방센터 등의 방역방해 ‘배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무죄판단의 근거가 된 부분을 보완해 감염병예방법의 무력화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미경)는 지난 13일 이만희 총회장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재명 경기지시의 박물관 부지 폐쇄조치 명령을 어기고 건조물을 침입한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가 나왔다. 횡령 혐의만 일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재판부는 “신천지 측에서 제출한 교인 및 시설현황이 일부 누락돼 역학조사를 방해했다는 것은 인정될 수 없다”며 “신천지 측에 시설현황과 교인명단 제출을 요구한 것은 역학조사 자체라기보다는 정부가 역학조사를 하기 위해 일종의 자료를 수집하는 절차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당심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부 관계자들의 증언을 살펴봐도 모든 시설을 전부 제출하라는 요구가 없는 등 그 범위도 설정돼 있지 않아 이를 역학조사 방해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교인명단 역시 정부에서 발송한 공문에 ‘이름·성별·생년월일·주소·연락처’ 등만 표기돼 있을 뿐 공적인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지 않았다”며 “이는 신천지가 주민번호를 가지고 있어도 제출하지 않아 기망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이 총회장 무죄 선고로 정부의 방역활동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특히 정부와 극심한 마찰을 빚어온 사랑제일교회, 방역에 비협조적인 BTJ열방센터 등에서 더욱 방역당국과 각을 세울 가능성도 있다.

앞서 사랑제일교회 신자들은 방역당국의 지침을 위반해 코로나19 의심증상을 숨긴채 광복절 집회에 참석했고 역학조사를 위한 명단제출도 거부했다. 한 신자는 확진 판정을 받고도 치료를 거부하며 도주하다 붙잡히자 경찰관과 방역요원을 물어뜯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600명 가까운 확진자가 쏟아진 BTJ열방센터도 상주시의 명단 제출 요구를 지난달 4일 받았지만 2주 가량 뭉개다 12월17일에야 제출했다. 경찰이 명단 제출을 거부한 인터콥 관계자 2명에 대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인데, 이번 이 총회장 판결로 구속 여부와 향후 유죄 선고를 자신할 수 없게됐다.

사랑제일교회와 BTJ열방센터와 같이 방역당국에 협조하지 않거나 시간끌기로 역학조사를 사실상 방해해도 이 총회장의 무죄 전례가 있는 만큼 배짱을 부리는 단체·개인이 속출할 가능성도 있다.

판사 출신으로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서기호 변호사는 14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이 총회장 1심과 관련 “지금 한가한 소리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교인 명단 제출을 판사는 준비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감염병예방이라는 건 신속한 대처와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대처를 하기 위해서 교인 명단을 달라고 한 것이고 이건(역학조사) 준비단계와 본단계가 구별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이라고 하는 그 원리에 너무 집착해 감염병 예방의 특수성을 전혀 생각을 하지 않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역학조사의 방법이라고 설문조사, 면접조사 이렇게 나와 있으니까 거기에 해당되지 않지 않느냐, 이런 식으로 그 역학조사의 방법이라는 문구만 봤지 법 전체의 취지, 숲 전체를 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 총회장의 무죄는 신설된 법을 처음 실제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일부 행정절차의 미비의 문제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판례를 계기로 허점을 보완하면 향후 감염병예방법 위반 행위 제재에 충분한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반론이다.

재판부는 Δ정부가 발송한 공문에 공적인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지 않은 점 Δ모든 시설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하지 않는 등 정확한 범위 설정 미흡을 무죄의 근거로 내세웠다. 뒤집으면 구체적 범위를 명시한 공적인 자료를 정식 절차대로 요구할 경우 이에 반하는 행위는 처벌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신장식 변호사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서 확대해석하면 안 된다(는 재판부 판단은) 일반적으로 맞다”면서도 “시행령 문구에 보면 감염병 원안 규명과 관련한 사항도 역학조사의 범위 안에 있는데 이걸 아주 좁게, 생물학적·의학적 원인 규명만을 본 것이다. 시행령으로 위임돼 있는 부분을 보더라도 좀 넓게 볼 수 있는 부분들은 있었는데 너무 좁게 봤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