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로 文 정부와 尹 검찰 완전 결별
조국 사태는 검찰이 먼저 수사에 나선 것이 아니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조국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진행된 언론의 검증 과정에서 먼저 촉발됐다. 조 전 장관의 딸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단국대 의대 영어 논문에 제1저자로 부당 등재됐다는 논란이 언론보도로 알려지고 사모펀드 비리 등 조 씨 일가 비리가 국민적 의혹으로 확산되자 사태 추이를 주시하던 검찰이 전격적으로 수사를 개시한 것이었다. 물론 이 결정을 내린 사람은 검찰 수사를 지휘할 법적 권한이 있는 윤 총장이었다.
윤 총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답변을 통해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착수가 부득이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제가 조 전 장관과 개인적으로 친밀하지 않지만 총장 임명을 전후해 검찰 인사도 같이 여러 차례 많이 논의도 했다”며 “이 수사를 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으로 저도 인간이기에 굉장히 번민했다”고 의원 질의에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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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역대 정권의 흥망성쇠를 보면 5공 이후 모든 정권이 예외 없이 임기 말이나 차기 정권에서 권력형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고 정권의 핵심이 붕괴되었다. 군사반란으로 불법 집권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자신의 안위를 가장 잘 지켜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친구인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후계자 자리를 물려줬지만 5공 비리가 터지면서 동생 전경환 씨와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 등 친인척과 측근 47명이 검찰 ‘5공 비리 특별수사부’의 조사를 받고 구속됐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결국 김영삼 대통령이 추진한 ‘역사 바로세우기’를 계기로 12·12 군사반란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돼 유죄가 확정됐다.
평생 민주화에 헌신한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은 본인들이 검찰 수사를 직접 받지는 않았지만 주변 관리를 잘못해 아들이 검찰에 구속되는 아픔을 겪었다. 임기 말 외환위기를 초래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소통령’으로 불린 차남 김현철 씨의 국정 개입 사건으로 현철 씨가 구속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홍업, 김홍걸 두 아들이 비리 사건에 연루돼 임기 말에 구속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시절 대검 중앙수사부의 수사를 받던 도중 서거했고,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현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로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이처럼 우리 헌정사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 사정(司正)을 도맡아 처리하면서 결과적으로 권력이 점차 강화됐다. 검찰은 5, 6공화국까지만 해도 청와대에 종속돼 힘이 약했지만 법치주의가 실질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김영삼 정부 때부터는 공직기강 다잡기나 전 정권 청산에 검찰이 절대적 기여를 하면서 검찰총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과 더불어 정부 내에서 차지하는 검찰의 위상이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검찰 권력의 강화는 권위주의 체제가 법치주의로 대체되면서 형성된 일종의 ‘민주화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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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