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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뒤집을 표 찾아내라”… 트럼프, 불법강요 녹음파일 나왔다

입력 | 2021-01-05 03:00:00

WP, 62분짜리 통화내용 공개
재검표 끝 바이든 승리 확정된…조지아주 국무장관에 전화 걸어
“개표 결과 뒤집으면 대가 클 것”
승패 따라 상원 다수당 결정할…조지아 결선투표 이틀 앞둔 상황
막판 변수 작용할 가능성 커져




퇴임을 약 2주 앞두고도 대선 불복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선거 결과를 뒤집으라고 압력을 가하는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대통령이 육성으로 주 정부를 압박하는 불법적 정황이 담긴 통화가 공개된 것이 처음이어서 워싱턴 정계가 들끓고 있다. 5일 조지아주 상원 2석의 결선투표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일 워싱턴포스트(WP)가 입수한 파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브래드 래펀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62분간 전화를 걸어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1만1780표를 찾아내라”고 종용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조지아는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 지역이지만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이 1만1779표(0.25%포인트) 차로 신승했다.

이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주 정부가 발표한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수작업 재검표까지 요구한 끝에 확정됐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못하고 이보다 1표 더 많은 1만1780표를 찾아내 결과를 뒤집으라고 압박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천 장의 투표용지가 폐기됐다’ ‘같은 표가 세 차례 집계됐다’ ‘사망자 이름으로 투표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이런 형사 범죄가 일어나면 안 된다. 당신이 위험할 수 있다”며 위협성 발언까지 했다. 이어 “조지아 주민과 이 나라 국민이 (나의 대선 패배로) 화가 나 있다. 당신이 표를 다시 계산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조지아에서 졌을 리 없고 수십만 표 차로 이겼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안이 5일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선거 전에 바로잡으면 당신이 존경받을 것이다. 여러모로 대가가 매우 클 것”이라고 회유하고 다그쳤다. 래펀스퍼거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당신의 이의 제기는 잘못됐다. 우리는 이미 재검표를 했고 부정선거는 없었다”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

미 언론은 대통령이 주 정부의 선거 책임자에게 개표 결과를 뒤집도록 압박한 것은 실정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반트럼프 인사로 유명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민주·뉴욕)은 아예 “탄핵이 가능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3일 트위터로 통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래펀스퍼거는 투표 사기, 투표용지 폐기, 사망자 유권자 등에 대한 질문에 답을 꺼리거나 할 수 없었다. 그는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를 하루 앞둔 4일 각각 조지아를 찾아 양당 후보의 지원 유세를 펼쳤다. 공화당의 켈리 레플러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흑인 정치 신예인 래피얼 워녹 후보, 공화당의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과 존 오소프 민주당 후보는 각각 오차 범위 안에서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정치전문 웹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가 3일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오소프 후보는 49.2%의 지지율로 퍼듀 의원(47.4%)을 앞서고 있다. 워녹 후보 역시 49.5%로 레플러 의원(47.2%)을 이기고 있다.

결국 대선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높은 사전투표자의 참가 비율, 흑인 유권자의 결집 정도 등이 판세를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진행된 사전투표엔 등록 유권자 700만 명 중 30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는 조지아주 결선투표 역사상 최고 수치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