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 서울대 교수·과학기술학
―작자 미상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예전부터 우리도 ‘뉴욕 리뷰 오브 북스’나 ‘런던 리뷰 오브 북스’ 같은 서평지를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여러 교수들과 함께 ‘서울 리뷰 오브 북스’를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 막상 일을 하려니 첩첩산중이었다. 출판사에 준 원고가 책이 되어 나올 때까지 편집자와 상의를 한 적은 많아도 실제 책이나 잡지를 어떻게 만드는가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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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이 다 빠져 있던 어느 날, 한 블로그에서 괴테가 썼다는 문장을 발견했다. “위험하게 살고 있다면 너는 제대로 살고 있는 거야(Live dangerously and you live right).” 이 짧은 문장을 곱씹으니 오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래, 나는 본래 위험하게 사는 걸 즐기는 사람이지. 벌어먹기 힘든 분야를 공부하고, 남들이 기피하는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없는 길을 만들며 가는 게 나라는 인간이야. 이렇게 생각하니 기운이 났다. 그리고 이 문장을 크게 인쇄해서 벽에 떡하니 붙였다.
찾아보니 괴테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니체가 비슷한 얘기를 했다(“위험하게 살아라. 베수비오 화산 경사면에 도시를 지어라”). 그렇지만 무슨 상관이랴. 이 짧은 문장이 이미 내게 훅 들어와 버렸는데.
홍성욱 서울대 교수·과학기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