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항만이나 방파제에 있는 등대는 항구의 위치와 입출항 경계를 표시한다. 입항할 때 흰색 등대의 오른쪽으로, 빨간색 등대의 왼쪽으로 운항하라는 뜻이다. 섬이나 해안가 언덕, 절벽 등 높은 곳에 있는 등대는 육지나 섬의 위치를 알려준다. 그래서 신호를 멀리서 볼 수 있게 높은 곳에 세운다. 간혹 노란색 등대를 볼 수 있는데 주변에 암초 등 위험물이 있음을 경고한다. 등대는 일종의 신호등으로 해상 항로표지다. 그래서 등대지기의 공식 직함도 ‘항로표지원’이다.
세종실록에 태안군 가의도리 해상에 지방수령이 향도선을 배치해 세곡선이 통과할 수 있도록 했다는 항로표지에 관한 기록이 있으나, 한반도에서 등대 건설은 일제 침략과 관련된다. 팔미도등대(1903년)가 처음으로 불을 밝힌 이후 부도등대(1904년), 거문도등대(1905년), 울기등대(1906년), 옹도등대(1907년), 호미곶등대(1908년), 가덕도등대(1909년), 죽변등대(1910년) 등이 줄줄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3000여 곳에 등대가 있어 한국의 밤바다를 밝히고 있다. 사람들이 자주 접하는 방파제의 등대는 모두 무인으로 운영되며, 섬이나 해안가 절벽에 있는 몇몇 등대에 등대지기가 남아있다. 원격제어 시스템을 활용한 무인화가 진행됨에 따라 항로표지원은 점차 줄어들어 현재 유인등대는 30여 곳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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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말대로 이제 항로표지원이 되는 것은 무척 어렵게 됐다. 빛을 향해 귀향하는 선박을 가장 앞서 맞이하고, 먼 바다로 나아가는 배를 빛으로 전송하는 등대지기. 그들은 외로움을 빚어 밤바다의 빛을 만드는 사람이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