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히어로’의 진화… 휴머니즘 정서로 가득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평범한 고등학생이 악귀와 싸우는 과정을 담은 한국형 히어로물이다(왼쪽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OCN 넷플릭스 제공
히어로물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적들에 맞서 보통 사람들을 지키는 장르다. 미국에선 슈퍼맨, 배트맨 등 ‘슈퍼 히어로물’, 일본에선 울트라맨, 가면 라이더 등 ‘특촬물’(특수촬영물)로 발전했다. 컴퓨터그래픽(CG)이 발달하면서 만화나 소설 원작의 히어로물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형 히어로물의 시초는 홍길동, 임꺽정으로 볼 수 있다. 과거 이들 작품이 드라마, 영화로 제작됐을 때는 시대극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영웅이 평범한 시민을 구한다’는 히어로물의 특성을 따랐지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에 머물렀다.
2000년대 들어서 한국형 히어로물의 무대는 ‘현재’로 옮겨왔다. 영화 ‘전우치’(2009년)는 ‘과거 업보를 현재 갚는다’는 윤회론적 세계관을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구현해 600만 명이 관람했다. 퇴마를 소재로 한 영화 ‘검은사제들’(2015년)처럼 장르적 성향을 녹이기도 했다.
최근 들어선 여성 서사가 떠오르고 있다. 드라마 ‘힘 쎈 여자 도봉순’(2017년)은 평범해 보이지만 괴력을 지닌 여자가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올해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역시 절에 가서 악을 물리칠 기를 받는다는 한국적 소재에 여성 히어로를 내세웠다. 두 작품처럼 한국형 여성 히어로는 근육으로 무장한 미국형 여성 히어로 원더우먼과 달리 가냘프고 연약한 외형을 지녔다.
경이로운 소문은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해 CG를 구현하고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는 해외 슈퍼히어로에 맞서는 방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특별히 화려한 CG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한국적 정서에 끌렸다”며 “평범한 학생이 히어로가 된다는 서민적 특성도 한국형 히어로물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