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상정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어제 중단됐다. 민주당이 표결에서 범여권 의원들을 끌어들여 필리버스터 종결에 필요한 의결정족수 180명 이상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여당이 1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처리 직후 “야당 의견을 존중하겠다”며 필리버스터를 보장한 지 사흘 만에 그 약속을 뒤집어버린 것이다.
여당은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하는 명분으로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을 들었지만 군색한 변명으로 보인다. 여당이 지난주 공수처법을 일방 처리하는 등 입법 폭주에 나섰을 때도 코로나 확진자 수가 위험 수위에 달했지만 아무 말이 없다가 이제 와서 야당이 주도하는 필리버스터만 코로나와 결부시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처음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11일 국민의힘 소속 초선 의원 58명 전원이 참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그 양상이 바뀌었다. 여당이 사흘 만에 필리버스터 존중 약속을 번복한 것은 그 파장을 최소화해 보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