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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코로나 망언, 두고두고 기억할 것”…정부 의도 파악 ‘고심’

입력 | 2020-12-09 11:17:00

사진은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방명록을 작성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오른쪽은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 2018.4.27/뉴스1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해 대남 비난 목소리를 낸 가운데 정부가 북한 의도 파악에 고심하고 있다.

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 제1부부장은 8일 담화를 통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북한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없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고 발언한 것을 겨냥해 ‘주제넘은 평’을 했다며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확히 들었으니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김 제1부부장의 비난은 강 장관이 지난 5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초청으로 바레인에서 열린 마나마 대화에 참석해 질의응답에서 언급한 내용에 대한 반응이다. 당시 강 장관은 “이 도전(코로나19)이 북한을 더욱 북한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이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코로나19를 통제하는 데 집중하는 것에 대해 ‘이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제1부부장이 남한 당국자인 강 장관을 향해 ‘주제넘은 평’ ‘망언’ ‘정확히 계산돼야’라며 비난을 쏟아낸 것은 기존에 북한이 남한에 코로나19와 관련 ‘따뜻한 마음 보내’ ‘건강 지켜지길’ 부드러운 표현을 사용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지난 3월 5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친서를 주고 받았다고 밝히며,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관련)반드시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 남녘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다”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전한 바 있다.

또 김 위원장은 지난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인 75주년 열병식에서도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 위기(코로나19)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다소 코로나19와 관련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왔다면, 이번 담화에서는 사실 냉소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올해 초부터 남측이 러브콜을 보내온 코로나19 방역·보건 협력을 사실상 거부한 것인지, 아니면 대내용 단순 경고 차원인지 의도를 분석이 필요한 대목이다. 북한의 이번 담화의 의도가 향후 남북 코로나19 협력 가능성의 관건이 될 수 있어서다.

이날 대북주무부처인 통일부는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와 관련 특별하게 입장이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추후 시간을 두고 북한의 반응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담화가 사실상 코로나19 협력을 거부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북측이 향후 협력에 응할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강 장관의 다소 신중하지 못한 발언은 결과적으로 남북관계의 경색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면서 “북한에 대한 백신지원을 추진하고 있는 범정부적인 움직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향후 백신 지원에 대한 북한 측의 수용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측의 코로나19 협력을 거부했다기 보다 추후 협력의 여지를 남겨두고 단순 경고로 수위 조절을 하는 의도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담화가 간결하고 험한 표현을 자제하고 있다”면서 “이는 내년 노동당 제8차 대회를 앞두고 대남 메시지를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 과정에 남측이 지신들을 자극하지 말라는 경고가 담겨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강 장관이 북한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확진자가 없다는 ‘북 의견을 존중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정부 당국자들의 의견이 엇박자를 낸 셈이다.

이 장관은 전날(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우리로서는 북의 정권이 코로나19가 없다 이렇게 이야기한 부분들을 그 나름대로 존중한다”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있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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