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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카르데스탱 前 프랑스 대통령 코로나로 별세

입력 | 2020-12-04 03:00:00

‘좌파’ 미테랑 누르고 48세 당선
유럽연합의 기반 닦은 인물 평가



1977년 5월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 프랑스 대통령,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왼쪽부터)이 담화를 나누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유럽 통합의 선구적 역할을 했던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94세.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유족들은 이날 지스카르데스탱 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평소 앓던 폐와 심장 질환에 코로나19가 더해져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프랑스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한 후 1956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이었던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이 설립한 레지스탕스에서 복무한 인연으로 드골 재임기인 1962년 재무장관을 맡았다. 이후 드골과 결별하고, 독립공화당을 창당했다. 조르주 퐁피두 전 대통령이 1974년 4월 2일 재임 중 숨지자 같은 해 대선에서 우파 후보로 나서 좌파 후보 프랑수아 미테랑을 누르고 48세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프랑스 제20대 대통령(1974∼1981년)을 지낸 고인은 헬무트 슈미트 독일 총리와 함께 유럽연합(EU)의 기반을 닦은 인물로 평가된다. 프랑스 내에서 이혼 낙태 피임 자유화, 고속철(TGV) 개통 등을 추진하는 한편 외부로는 당시 유럽경제공동체(EEC)를 확대시켜 1992년 EU로 발전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창설에도 기여했다.

그는 1981년 재선에 도전했지만 미테랑에게 패하면서 단임에 그쳤다. 이후 그는 5편의 소설을 발표하는 등 작가로 활동했다. 올해 3월에도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신작을 발표하며 “전염병을 이겨내자”고 독려했다. 2018년 5월에는 독일 공영방송 WDR 소속 여기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