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주의-동맹 강조하는 바이든정부 외교정책 실패시 일방주의 부활 우려 미국 경청할 지역구상, 한국이 내놔야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총론에서 바이든 팀 외교정책의 기치는 ‘미국을 다시 강건하게(Build Back Better)’다. 사실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차이는 목표가 아니라 방법이다. 바이든 팀은 미국을 강건하게 하되 미국의 이익만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다자주의, 규범, 그리고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미국 혼자 헤쳐 나가기에 외교환경이 녹록지 않고 미국의 힘도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와 경제난, 인종 갈등으로 물든 미국을 재건하기 위해 같이 싸워줄 동맹이 필요하고, 동맹국과 공통이익도 많이 희석되어 규범과 다자주의에 호소해야 한다.
한국 입장에서 최우선 관심사는 북핵 문제다. 바이든 팀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에 대해 냉담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협상을 국내 정치에 이용했고, 독재 정권을 국제무대에서 인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이 북한 정권을 정식으로 상대하고 정상 간 ‘브로맨스’를 나누어도 북한의 체제 불안감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체제 안정감을 느끼지 않으면 핵 포기는 요원하다. 북-미 정상회담 동안 북한의 핵 능력은 제고되었고 핵 협상은 나아가지 않았다.
북핵 문제에 대한 설리번의 언급도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전반에 대한 안보 전략 없이 오로지 북한 비핵화의 성과에 치중했고 대중 전략과 북핵 전략을 조율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는 결국 미중 관계로 연결된다.
트럼프 정부와 마찬가지로 바이든 팀도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본다. 중국이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미국과 동맹국을 압박하고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링컨과 설리번은 장기적으로 중국을 미국 주도 질서에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힘의 우위를 가지고 국제규범과 규칙에 부합하도록 중국의 행동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보건, 기후 등 지구적 문제에서 중국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아시아의 동맹국들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하도록 압박하기보다는 공유하는 규범에 입각하여 함께 행동하도록 촉구할 방침이다.
바이든 팀의 외교는 성공할 것인가. 문제는 한 번의 실패라도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 양극화는 바이든 정부가 실책을 만회할 공간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이 승리했지만 트럼프가 패배하지도 않았다.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외교와 다자주의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 강압과 일방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바이든 정부의 북핵 협상과 대중 협력이 성공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북핵 협상이 느리지만 내실 있는 성과를 거두게 해야 한다. 우선은 북핵 문제가 바이든 정부의 외교 정책 사안에서 높은 우선순위를 갖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바이든 정부의 입지를 크게 줄일 것이므로 협상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조치들과 믿을 수 있는 대북 안전보장의 조치를 짜임새 있게 제시해야 한다. 비핵화된 한반도가 미국의 지역 구도에도 부합한다는 논리를 만들어 설득해야 한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