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집합주택 ‘맹그로브 1호점’ 조성익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 개인공간의 독립성 높이면서 이웃과 교류할 수 있도록 설계… 물품 수납실 공용공간에 배치 개별 공간에는 여유로움 더해 “함께 경험하며 성장하는 주거”
집합주택 ‘맹그로브’는 열대 연안의 생태계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나무 이름에서 명칭을 가져왔다(사진 [1]). 콤팩트룸 6가구의 공용욕실과 수납장을 중앙부에 배치해 이웃과의 자연스러운 마주침을 유도했다(사진 [2]). 생필품 수납을 공용공간으로 빼내 개인 공간의 취향을 여유롭게 추구할 수 있도록 했다(사진 [3]). 조성익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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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집합주택에서 ‘이웃’이란 존재는 희미하다. 서로 불편 끼치지 않는 게 최선인, 가까이 있지만 단절된 대상. 6월 서울 종로구에 문을 연 1인 가구용 소규모 집합주택 ‘맹그로브 1호점’은 이런 현실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이상(理想)을 현실적 디테일로 풀어낸 공간이다.
지하철 창신역 부근 주택가 골목 모퉁이의 이 회색 철근콘크리트조 6층 건물 겉모습에는 딱히 유별난 구석이 없다. 하지만 260m²의 넓지 않은 땅에 모인 입주자 24명의 움직임에는 여느 집합주거에서 보기 어려운 여유로움이 배어 있다.
조성익 교수는 “이웃과의 접점, 개인 공간의 여유를 함께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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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1년이 걸린 설계는 네덜란드의 ‘더 스튜던트 호텔’, 일본의 ‘소셜 아파트먼트’ 등 젊은 층을 위한 1인 가구용 해외 집합주거 현장 조사로 시작했다. 요지는 개인 생활공간의 독립성과 안전을 확보하는 동시에 이웃과 편안히 교류할 접점을 충분히 마련하는 것. 조 교수 설계팀과 MGRV가 오랜 논의 끝에 닿은 해법은 명료하면서 과감했다.
“물품 수납에 필요한 영역을 최대한 공용공간으로 끌어냄으로써 개별공간에 여유로움을 부여했다. 계단실, 로비와 라운지, 공용주방 뒤편 공간 등을 활용해 신발, 옷, 식료품을 보관할 수 있는 널찍한 개인 시설을 마련했다. 문밖 공용공간에서 스치는 이웃들과 눈인사를 나눌 기회가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맹그로브의 거주 유형은 3가지다. 2, 3층에는 공용욕실과 화장실 두 곳을 6가구가 함께 쓰는 콤팩트룸, 4∼6층에는 개별욕실을 갖춘 스튜디오룸 10가구, 동거인과 욕실만 공유하고 침실은 따로 쓰는 더블스튜디오가 있다.
욕실과 화장실 면적을 빼면 개인공간 넓이는 9∼10m²로 비슷하다. 그 작은 방이 비좁게 느껴지지 않는 건 여벌의 옷, 신발, 이불, 스노보드, 라면박스, 쌀자루 같은 개인 물품을 빽빽이 쌓아두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여백이 넉넉한 벽에 좋아하는 그림을 걸어둘 수 있는지가 생활환경의 질을 결정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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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태 MGRV 대표는 “‘투자 대상이 아닌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서의 집을 추구하겠다’고 했을 때 모두 낯설어했다. 조 교수의 1호점 덕분에 투자자들이 나서면서 원래 계획대로 300가구 이상 규모의 맹그로브를 지을 수 있게 됐다. 내년부터 동대문구 2호점, 신촌 3호점을 잇달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