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미래/폴 콜리어 지음·김홍식 옮김/383쪽·2만 원·까치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는 사람이 경제활동을 하는 동기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처럼 이익의 극대화라는 욕망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고 본다. ‘경제적 인간’을 완전히 이기적이고 무한한 탐욕을 가진 존재로 상정한 벤담과 밀도 틀렸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런 ‘사이코패스 인간형’이 공리주의적 경제이론의 초석이 돼버렸다.
저자는 ‘인간은 의리 공정 배려 존엄 등으로 구축된 호혜적(윤리적) 의무를 가진 존재’라는 도덕심리학자 조너선 화이트의 최신 연구 등을 바탕으로 경제적(합리적) 인간의 정의를 새로 내린다. 인간은 욕망보다 상호존중을 통해 효용을 얻는 존재라는 것. 이 때문에 ‘호혜적 의무’를 회복한다면 ‘윤리적 자본주의’는 결코 모순이 아니다.
이를 뛰어넘으려면 가족 단위부터 기업, 국가 차원에 이르기까지 호혜성의 원리에 바탕을 둔 윤리적 자본주의를 구축해야 한다고 책은 주장한다. 시민 스스로 ‘공유 정체성’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망가진 지방도시 재생을 위한 대도시 과세의 이론적 근거, 학력에 따라 고착화된 계급구조를 완화할 육아보조 실업급여 같은 정책방안 등도 논의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