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코로나 시국에 강행되는 혈세 공사”[현장에서/이소연]

입력 | 2020-11-19 03:00:00


서울 광화문광장 전경. 동아일보DB

이소연 사회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생계가 어려운 소상공인과 서민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분들을 지원하는 데 쓸 수도 있는 예산을 보도블록 바꾸는 데 쓰는 격이네요.”

서울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인 A 시의원은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틀 전 서울시가 2023년까지 진행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 착수를 밝히며 공개한 예산 비용은 모두 791억 원. 이 가운데 662억5000만 원은 시비에서 집행된다고 한다. A 의원은 “코로나19로 일자리도 잃고 가게 문도 닫은 시민들의 눈에 이런 대규모 공사가 어떻게 비치겠느냐”고 지적했다.

사실 서울시의회는 2016년부터 시와 함께 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논의해왔던 파트너였다.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해 왔단 얘기다. 하지만 시점이 문제였다. 국민의힘 이석주 시의원은 18일 오전 시의회 정례회의에서 “시장이 부재하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은 여당 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B 시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재정 상황을 감안해 지역구 사업도 축소 운영하는 분위기”라며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600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는 건 시민들 입장에서 혈세 낭비”라고 꼬집었다. 그 밖에도 같은 당 소속 여러 의원들이 “왜 하필이면 지금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렇게 큰돈이 들어가는데 서울시가 시의회와 제대로 된 소통이 없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올 6월부터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한 국민의힘 이성배 시의원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한 업무보고를 6월에 한 번 받은 뒤엔 공사 착수와 관련해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했다”며 “일반적으로 이런 대규모 공사는 착수 일정 등을 미리 상세하게 조율한다. 시 발표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라고 전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일부 시민단체들과 주민들은 예산 통과 및 증액·삭감을 결정하는 시의회가 광장 재구조화 관련 예산을 이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윤은주 간사는 “지금까지 4번 시의회를 찾아가 면담을 진행했다”며 “서울시의 불통 행정을 막으려면 시의회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행히 이렇게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시의회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에서 열리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관련 예산의 안건 심사는 이달 마지막 주로 예정돼 있다. 한 시의원은 “결국 시 행정은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그 서울 시민들은 나흘 연속 코로나19 확진자가 80∼100명씩 발생하고 있다.

이소연 사회부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