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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 가격, 백내장 진단 치료비[이진한의 메디컬 리포트]

입력 | 2020-11-05 03:00:00


서울의 한 안과에서 의사가 레이저 기기를 이용해 백내장 환자를 검사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최근 한 제보를 받았다. 백내장 치료비 관련 내용이다. 일부 안과에서 백내장 환자를 대상으로 렌즈 가격을 지나치게 올려 받거나 검사 종류를 늘리는 방법으로 환자에게 많은 치료비를 청구한다는 것이다. 9월부터 수술 전 눈 검사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수익이 줄어들자 일부 안과가 이 같은 의료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환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정부의 조치가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주장이었다.

백내장 환자는 수술 전 안과에서 여러 검사를 받는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검사는 두 가지 정도다. 눈에 맞는 인공수정체를 넣으려면 눈 길이를 정확하게 측정해야 한다. 기계에 따라 레이저 또는 초음파로 측정한다. 두 가지 검사 모두 장단점이 있다. 그래서 안과에선 두 검사를 모두 하거나 환자의 부담을 생각해 한 가지만 하기도 한다. 문제는 비보험이라 병원마다 비용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적게는 몇만 원인 곳도 있지만 몇백만 원을 받는 안과도 있다. 노안수술이나 실손보험 환자를 주로 다루는 일부 병원에선 ‘프리미엄 백내장 수술’이라며 고가의 렌즈 비용에 덧붙여 비보험인 초음파 검사비와 레이저 검사비를 높게 책정해 수백만 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초음파 검사와 레이저 검사 중 한 가지에 대해선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수술 전 검사에서 환자가 내는 비용은 5만 원 정도로 내려갔다. 문제는 일부 안과에서 줄어든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검사를 추가한다는 것이다. 또 여전히 비급여인 다초점렌즈 비용을 많게는 두 배 안팎 올려 500만 원가량 받는 곳도 있다.

소비자권익포럼에 따르면 9월 백내장 수술을 많이 하는 서울의 안과의원을 중심으로 시범조사를 실시한 결과 의원별로 비급여인 다초점렌즈 가격을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150만 원 정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환자 입장에선 헷갈릴 수 있다. 백내장 수술비는 포괄수가제(진료의 종류나 양에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진료비만 부담하는 제도) 적용 대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가 실제 내는 비용이 정말 그렇게 많을 수 있냐는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물론 백내장 수술은 포괄수가제 대상이라 환자가 내는 수술비는 20만9000원으로 정해졌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이 정도 비용을 내고 수술받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일부 안과는 그렇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백내장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한 안과의사는 “비보험인 렌즈 가격을 올리거나 다른 비보험 검사를 추가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 같은 현상의 이유는 검사비 급여수가를 현실적으로 맞춰주지 못해서 그렇다. 양심적으로 수술하던 곳도 수익이 상당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안과에서는 백내장 환자를 수술하기 전에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망막전위도 검사를 한다. 망막 시세포 상태를 보는 검사다. 망막 상태가 문제가 없어도 이러한 검사와 관련된 특정 진단명을 넣어 보험 적용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환자 입장에선 수술 전 검사비가 별로 줄지 않고 건강보험료만 더 지출된다는 이야기다. 같은 안과 전문의가 보기에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검사를 수익 창출을 위해 시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계속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척추 등 근골격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비급여에서 급여로 되면 의료수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병원 수익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또 다른 검사를 추가하거나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통해 보전하려고 하는 병원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계속되는 비보험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지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비의 수가 현실화가 기본이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 노인 대상으로 임플란트를 급여화하면서 전체적인 임플란트 비용을 떨어뜨렸듯이 다초점렌즈도 급여화를 시켜 거품이 많은 렌즈값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일부 비양심적 의사가 환자에게 과도한 비용을 물리는 걸 스스로 자제하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