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2020.10.23/뉴스1 © News1
‘정치인 윤석열’의 탄생인가.
윤 검찰총장의 정계 입문 가능성을 두고 여의도가 들썩이고 있다. ‘퇴임 후 국민을 위한 봉사’를 언급한 윤 총장의 발언은 곧바로 정치참여로 해석됐다. 잠재적 대권 후보들이 에둘러 출마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국민께 봉사’라는 레토릭을 윤 총장이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정부·여당과 대립하는 윤 총장에 대해 여권의 압력이 커질수록 윤 총장의 몸값은 오르는 모습이다.
대검찰청 사무와 무관하다며 가볍게 넘길 수도 있는 질문에 윤 총장은 ‘성실히’ 답했다.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으나 부인하지 않은 점에 오히려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된다.
윤 총장은 올해 초부터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차지해왔다. 윤 총장의 의사가 반영된 여론조사는 아니었지만 야권의 인물난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야권 유력 후보군에 포함됐다.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후보들 역시 윤 총장을 잠재적 경쟁자로 바라보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1일 한 방송에 출연해 현재 여론조사에서 (후보로) 나오는 윤석열, 안철수가 경쟁자라는 건 당연히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윤 총장이 정계에 입문해서도 지금과 같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느냐다.
윤 총장이 정계에 입문한다고 해도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아직 1년 5개월여 남아 있지만 대선이라는 큰 레이스에서 당내 아무런 지분이 없는 정치 신인이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윤 총장이 차지하는 정치적 비중을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윤 총장에 대한 정치적 기대를 언급을 하면 자칫 윤 총장의 상징과 같은 ‘중립적’ 이미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언론에서 (윤 총장의) 정치 가능성을 언급하는 건 순수성을 왜곡하는 결과“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여론의 주목받은 것은 윤 총장과 야권 모두에게 ‘득’이 된다고 바라보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윤 총장에 대한 여론이 올라가는 것은 현 정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뜻할 수 있다“며 ”윤 총장과 야권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했다.
한 다선 의원은 ”계속해서 (정부·여당)이 윤석열 때리기를 한다면 결국은 윤 총장을 키우는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국정감사에서 본 윤 총장은 철저한 ‘검찰’이었다“며 ”자신이 정치에 뛰어들었을 때 검찰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할 것이다. 쉽게 정치에 뛰어들 것이로 생각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의 발언에 정치적 해석을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윤 총장이 정치에 나설 것 같았으면 추미애 장관과 같이 대외활동에 열을 올릴 수도 있지만 검찰 내부 일 외에는 활동이 없는 점, 또 ‘봉사’라는 단어가 법조인들이 흔히 쓰는 단어라는 이유에서다.
한편, 윤 총장의 임기는 내년 7월 24일이다. 대선은 반년 뒤인 2022년 3월 9일에 열린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