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2시경 경기 과천시보건소 본관 건물 한편에 있는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는 마무리 청소가 한창이었다. 보건소 직원은 “평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만 진료를 보고 있다”며 “보건소가 산 아래 있어서 자택 근처 의료기관을 이용하시는 분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문을 연 이 클리닉의 누적 진료환자 수는 12일 기준 23명이다.
정부가 ‘트윈데믹(twindemic·두 가지 감염병 동시 유행)’에 대비해 올해 안에 전국 500곳에 만들기로 한 호흡기전담클리닉의 설치와 운영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것인지 확실치 않은 호흡기·발열 환자가 진단·진료는 물론 치료(처방)까지 받을 수 있는 의료시설이다. 지자체가 장소를 제공하고 지역 의사가 진료에 참여하는 개방형 클리닉과 시설과 인력을 갖춘 의료기관이 지정되는 의료기관형 클리닉으로 나뉜다.
동아일보가 전국 17개 시도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달 12일 기준으로 실제 운영 중인 곳은 경기 4곳, 서울 3곳, 전북 2곳, 전남·경북·경남·세종 1곳 등 13곳에 불과했다. 정부는 독감 유행철이 코앞인데 호흡기전담클리닉의 설치가 늦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10월까지 101곳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목표치에 턱없이 모자랄 뿐 아니라 올해 안에 세우기로 한 목표치의 2.6%에 불과하다.
클리닉이 문을 열더라도 많은 환자를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지역 한 클리닉 관계자는 “환자 한 명 진료를 보고난 뒤에는 약 15분 소독이 필요해 한 시간에 진료할 수 있는 환자도 4명 이내다”고 전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호흡기전담클리닉이 500곳 모두 개소하더라도 지금 방식이라면 겨울철 늘어날 호흡기질환 환자를 모두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클리닉을 설치하는 것도 좋지만 기존 병·의원 호흡기진료와 방역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호흡기 환자들이 의료기관 방문을 꺼리던 코로나19 확산 초기와 달리 현재는 감기 증상이 있는 환자들이 지역의 일선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있다”며 “호흡기 전담 클리닉이 아닌 일반 의료기관에서 호흡기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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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혁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