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주민들이 집단 감염되면서 마을이 통째로 격리된 전북 정읍시 정우면 양지마을. 마을로 통하는 입구 도로는 방역복과 마스크로 중무장한 공무원들에 의해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다.
예년 같으면 황금색으로 알알이 맺힌 벼를 수확해야 하는 바쁜 시기이지만 마을 앞 논에는 농기계도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마을에서는 고요함을 넘어 적막감마저 느껴졌다. 코호트(동일 집단) 격리된 6일로 시간은 멈춰 있었다. 한 주민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한다. 마을 전체가 침울하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일가족 감염에 이은 또 다른 감염원
전북 정읍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6일 정읍시 양지마을에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진 가운데 양지경로회관 앞에 마련된 검사소에서 마을 주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2020.10.6/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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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에 따르면 추가로 확진된 3명의 동선과 바이러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Ct(Cycle threshold) 값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일가족보다 먼저 다른 경로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3명 중 2명은 증상도 없었다.
추가 확진자들은 일가족과 접촉이 거의 없었다. 일가족의 Ct 값은 10 수준이었는 데 반해 추가 확진된 3명의 수치는 20~30으로 나왔다. Ct 값이 크면 더 일찍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첫 확진자인 30대 여성이 추석 연휴 기간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추가 확진자 3명은 연휴 이전에 전염됐을 개연성이 확인된 것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Ct 값이 (감염 시기를 가늠하는 데)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추가 확진된 부부의 집 마당에서 9월 26일 결혼식 피로연이 열렸고 당시 40여 명이 참석했는데 이 과정에서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피로연 참석자는 양지마을 주민 10여 명, 이웃 마을 주민 20여 명, 다른 시도 주민 10여 명으로 파악됐다. 검체 검사 결과에 따라 더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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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읍시는 이 마을을 격리하면서 지역 어린이집 60곳과 아동센터 30곳에 휴원명령을 내렸다. 노인·장애인시설 등도 휴관 조치했다. 7일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실내외를 불문하고 마스크를 착용할 것과 10명 이상 집회는 자제할 것도 권고했다. 전북에서 마을이 집단 격리된 것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순창군 장덕마을 이후 두 번째다.
●연휴 확산 곳곳 확인, 병원 감염도 속출
방역 당국은 이번 주 후반까지 확진자 발생 추이를 지켜본 뒤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결정할 방침이다. 방역 당국은 9일 한글날 이후 사흘의 연휴 기간에 집회 및 여행 자제를 당부했다.
정읍=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