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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사살돼도 유엔 北인권결의 또 불참?

입력 | 2020-09-30 03:00:00

외교부 소극적 대응 논란
국제 무대서 적극 공론화는커녕 “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고민”
전문가 “결의안에 ‘사살’ 포함하고 안보리 검토 요구로 압박 나서야”




북한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47) 사살 사건이 국제 인권규범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지만 외교부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를 망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공론화해 국제적 책임을 물을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29일 ‘이달 개막한 75차 유엔총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해 이번 사건을 결의안에 포함시킬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종합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도 “(참여 여부를) 말하기가 어렵다. 고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08년부터 10년간 매년 유엔총회 산하 인권 담당 제3위원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해 오다가 지난해 공동제안국에서 빠졌다. 정부는 올해 6월 유엔총회에 앞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할 때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외교부 안팎에서는 이번 유엔총회에서도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군이 해상에서 표류하던 우리 국민을 사살한 뒤 시신까지 훼손한 만큼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공동제안국에 참여해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은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인권결의안에 이번 사건을 포함시키고 인권 유린 책임자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라는 이름을 명시하자고 제안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송 전 소장은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검토를 요구하면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여론도 함께 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일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북한도 국제사회에서 좋은 평판과 존경을 받으려는 욕심이 있다. 25일 통지문을 보내 김 위원장의 사과를 전한 것은 그런 이유”라며 “안보리 검토 요구 과정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비토(거부권 행사)할 가능성이 높더라도 정부가 안보리에 이 문제의 검토를 요청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의미가 있을 텐데 정부가 그런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엔 서울인권사무소도 이번 사안을 ‘심각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메시 포카렐 서울인권사무소 소장대행은 “생명을 잃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심각한 일이다. 남북은 신속, 공정하고 효율적인 조사를 하기 위해 협력하고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이 사실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고인의 유해와 소지품을 가족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한국에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 씨의 시신 및 유류품 수색을 위해 관련국과의 공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가안보실은 27일 공개적으로 중국에 민간 어선 등을 통한 수색 협조를 요청했고, 외교당국은 “중국과 필요한 부분에서 소통이 오갔다. (유해 수습 등은) 인도적 사안이기 때문에 협의가 신속하게 진행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을 의식해 수색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낮은 만큼 실효성이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지선 aurinko@donga.com·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