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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추가 확보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입력 | 2020-09-23 03:00:00

[독감백신 무료접종 중단]
추가생산 3~6개월 걸려… 수출물량 국내 돌리면 신뢰 추락




유통 중 ‘상온 노출’ 문제로 인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 예방접종이 중단되면서 ‘트윈데믹(twindemic·두 가지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것)’ 대응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브리핑에서 “현재는 (독감 백신) 폐기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된다”면서도 “유통 과정 조사와 품질 검사를 통해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판단하고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 청장은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 품질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광범위한 검사를 통해 전반적인 문제를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조사를 통해 백신의 상당량을 폐기하게 될 경우 이를 보충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독감 백신은 매년 초 세계보건기구(WHO)가 유행이 예상되는 바이러스 유형을 발표하면 이에 맞춰 3월경부터 생산에 들어가 8월쯤 완료한다. 백신 생산은 빠르면 3개월, 길게는 6개월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제약사들이 지금부터 제조에 들어가도 독감 유행이 끝나기 전에 접종까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백신은 생산이 완료돼도 안정성 검사 등을 또 거쳐야 한다.

국내 제조사들의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리는 방법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독감 백신 수출 물량은 약 340만 명분이다.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와 개발도상국에 공급될 물량으로 이미 계약이 끝난 상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공적개발원조(ODA)로 해외에 공급하기로 이미 계약된 물량이다. 이걸 파기하면 국제적 신인도가 무너지고 국제 소송에 걸릴 수 있어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리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문제가 제기된 백신 관련 조사에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백신 접종을 다시 시작하려면 최소한 2주일은 더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독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기될 백신 물량에 따라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백신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 기저질환자 등이 백신을 맞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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