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걸린 개미 생기자 ‘거리 두기’… 감염 최소화해 생존가능성 높여
불개미는 냄새를 통해 병원체가 적은 둥지를 택한다. 플로스 병원체 제공
청다이펑(程代鳳) 중국 화난농업대 곤충학과 교수 연구팀은 이달 10일 개미가 냄새를 통해 감염병에 대처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 병원체’지에 소개했다.
개미 사회에 감염병 사태를 일으킬 병원체는 토양에 널려 있다. 예를 들어 동충하초 균류는 개미 몸으로 들어가 숙주를 조종한다. 균류가 침입한 개미는 비틀거리며 식물의 나뭇잎 뒷면으로 이동한다. 나뭇잎에 붙어 개미의 양분을 모조리 빨아먹고 나면 병원체 포자를 땅바닥으로 방출한다. 이렇게 땅에 떨어진 병원체는 또 다른 개미를 감염시킨다. 이런 식으로 개미 사회를 무너뜨릴 만큼 위협적인 병원체들은 자연에 널려 있다.
방선균은 ‘지오스민’과 ‘엠아이비(MIB)’라는 화합물을 생성한다. 우리가 비 오는 날 흔히 느끼는 냄새가 이 화합물에서 나온다. 연구팀은 개미들이 이 냄새를 맡아 방선균이 많이 함유된 땅을 찾아 이동하고 둥지를 튼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개미는 다른 곤충들과 비교해 후각이 좋다. 나방은 52개, 초파리는 61개의 냄새 수용체를 가진 반면 개미는 400개를 가졌다. 사람과 비슷한 수준이다.
개미는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도 실천한다. 로랑 켈러 스위스 로잔대 생태진화학과 교수팀은 2018년 정원개미 2266마리에게 움직임을 추적하는 장치를 붙이고 병원체를 퍼뜨린 뒤 0.5초 간격으로 관찰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개미 무리에 병원체 포자 11종을 퍼뜨리자 개미들의 접촉 횟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둥지 밖에서 먹이를 구해 오는 병원체를 가지고 올 가능성이 높은 일개미들은 둥지에 들어가지 않고 둥지 바깥에 머물며 둥지 내 개미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였다. 둥지 안에 있던 개미들도 둥지의 더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
연구팀이 4일 후 관찰한 결과 초기 병원체에 감염된 개미들은 모두 죽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한 나머지 개미들은 모두 살아남았다. 동물 사회가 질병의 확산을 줄이기 위해 조직운영 방식을 능동적이고 민첩하게 바꾼다는 사실을 확인한 최초의 과학적 연구였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